가계 이자수입 '쪽박' 은행은 '대박'…대출 금리만 올라
2017-05-01 06:10
지난해 가계 이자수지 첫 적자…은행 이자 수익은 증가
금융기관, 대출금리 올리고 수신금리 내려…당국 금리 적정성 검사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의래 기자 = 저금리가 계속되고 가계대출은 크게 늘면서 가계의 이자 수지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의 이자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묶어놓고는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고 이자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 가계는 이자 수지 첫 적자, 은행 이자이익은 늘어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 수지는 5조7천5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소득은 36조1천156억원(잠정치)으로 2015년(38조1천717억원)보다 5.4%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천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7천745억원으로 12.6%(4조6천624억원) 급증했다.
가계의 이자지출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2012년부터 전년 대비 꾸준히 줄어왔지만, 처음으로 늘었다.
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순익은 33조9천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천억원(2.7%) 늘었다.
또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3조1천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천321억원(25.3%) 증가했고,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 수익도 2천972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분기 4대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의 이자이익은 4조3천67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51억원)보다 6.9%(2천821억원) 증가했다.
◇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수신 금리는 떨어지고
가계는 이자수입에서 적자를 내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이자 수익은 늘어나는 것은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이자 수익 늘리기'의 영향도 크다.
실제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 2015년 말(3.28%)과 비교해 6.19%(0.2%포인트) 올라갔다.
그러나 은행의 예금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는 1.58%로 같은 기간 12.71%(-0.2%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오른다며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려놓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 것이다.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올라갔다.
우리은행의 1분기 NIM은 1.44%로 0.07%포인트 올랐고 하나은행(1.44%)은 0.06%포인트, KB국민은행(1.66%)과 신한은행(1.53%)은 각각 0.05%포인트, 0.04%포인트 상승했다.
◇ 대출금리는 은행 마음대로? 당국 이자율 관리 나선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던 것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있지만, 은행들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유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이 중 기준금리는 통상 금융채나 코픽스(COFIX) 금리를 따르기 때문에 은행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행 재량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엿장수 엿가락 자르듯 은행이 수익에 따라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보여 불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은행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목표이익률을 책정할 때 은행의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연체이자를 마음대로 매기지 못하도록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모범규준에는 금융회사가 연체 관리 비용, 대손 비용 등 연체 발생에 따라 합리적으로 연체이자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상품을 판매할 때 연체 가산금리 수준과 연체 때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카드사들의 과도한 카드론 금리에도 칼을 들이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카드사와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에 관한 업무협약'을 통해 대출금리 산정·운영 체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무협약 이후에도 카드사가 조정금리 산정 시 금리 차등화 기준이 불명확하고 문서화 수준도 개선 계획에 견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카드사에 기획검사를 나가는 등 점검에 나서고 있다.
[표] 가계 이자수지 및 국내은행 이자순익 추이
(단위: 조원)
┌────────────┬────────────┬───────────┐
││가계 이자수지 │국내은행 이자순익 │
├────────────┼────────────┼───────────┤
│2010년 │4.1 │37.4 │
├────────────┼────────────┼───────────┤
│2011년 │2.6 │39.1 │
├────────────┼────────────┼───────────┤
│2012년 │2.1 │38.1 │
├────────────┼────────────┼───────────┤
│2013년 │1.6 │34.9 │
├────────────┼────────────┼───────────┤
│2014년 │1.6 │34.9 │
├────────────┼────────────┼───────────┤
│2015년 │1.1 │33.5 │
├────────────┼────────────┼───────────┤
│2016년 │-5.7│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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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금융감독원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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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