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 맞고 경찰은 죄인취급…서울시 간부 택시운전 해보니

2017-04-26 06:30

양완수 택시물류과장…1년 반 동안 법인택시 16차례 운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서울시 간부가 택시업계 현장을 살피려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기사들 고충을 생생하게 겪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양완수 택시물류과장은 23일 만취한 승객을 태웠다가 두들겨 맞는 봉변을 당했다.

양완수 과장은 이날 오후 7시께 강남구 개포동 한 초등학교 주변 길가에서 경찰이 손짓하는 걸 보고 차를 세웠다.

경찰들은 양 과장에게 취객 A씨를 경기도 광주시 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한참 실랑이 끝에 차에 탄 A씨는 이후 내내 욕을 하다가 30분쯤 지나자 갑자기 달리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양 과장이 문을 잠그자 이번에는 화장실이 급하다며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양 과장이 A씨를 달래가며 겨우 안전한 곳을 찾아 서자, 험한 말을 퍼부으며 도로 타지 않겠다고 버텼다.

10분쯤 설득해 겨우 다시 태우자 이번에는 A씨는 문을 발로 거세게 걷어 차는 등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차체가 흔들릴 정도가 되자 위협을 느낀 양 과장이 차를 세웠고, A씨는 그 뒤로 약 6분간 양 과장을 때리고 밀쳤다.

양 과장은 찻길에 뛰어든다는 A씨를 말리느라 신고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나던 차에 탄 시민들이 도와줘서 상황이 종료되고 경찰이 출동했다.

양 과장은 "경찰에 가서 진술서를 쓴 뒤 마저 택시운행을 했다"며 "주먹으로 맞은 턱이 아파서 병원에 가니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 운전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처우나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목격자들이 진술해주고 공무원으로서 현장업무 중임을 밝혔는데도 경찰이 똑같은 범죄인 취급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황스러운 상황에 도움을 청하려고 A씨 귀가를 부탁한 경찰이 속한 파출소에 전화했더니, 응대한 직원이 '나는 인수인계를 안받아서 (모르는 일이니) 112에 신고해라'라고 나몰라라 하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과장은 탁상행정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2015년 9월부터 월 1회 꼴로 법인택시 운전을 직접 하고 있다.

정밀검사와 필기시험, 교육 등을 거쳐 택시운전자 자격도 취득했다.

추석을 앞 둔 그 해 9월부터 시작해 연말, 설, 금요일 밤 등 주요 시기에 맞춰 운전했다.

한 번은 10대 4명이 택시를 타고는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가버린 적도 있고 인사불성 취객을 집안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정책에 반영됐다. 양 과장은 자신의 기록 등을 구체적인 근거로 삼아 택시회사에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양 과장 택시 운행 시간은 1회 평균 11시간 45분이다. 운행거리는 225㎞이고 이 중 90㎞는 빈차로 달렸다. 하루 평균 수입금은 15만 8천28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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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