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 경제외교마저 구멍 났다

2017-04-25 15:15
美 선택은 中‧日…동아시아 강국에서 소외된 韓
중국과 벌어지는 경쟁력에도 정부는 속수무책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북한 핵 도발을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의 3자 협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안보뿐 아니라 경제외교까지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성장했고, 일본은 20년 장기불황 터널이 서서히 걷히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반면 한국만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며 주도권을 빼앗기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해 주변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도 불만인데 향후 FTA 등 통상협상, 수출, 관세 등 다양한 대외경제에서 후순위에 놓일 가능성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외교 능력은 이미 낙제점을 받고 있다.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며 주변국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독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중국 재무장관 면담조차 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일정상 중국 재무장관과의 면담 일정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이 사실상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한 강경한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연차총회에서도 미국과 중국 경제외교는 ‘빈손’에 그쳤다.

정부가 경제외교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한국기업을 뛰어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이상 중국을 ‘세계공장’으로 인식해서는 중국과 경쟁이 쉽지 않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실제 중국이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절반 이상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반기계나 석유화학 등 자본재 및 소재산업, 식품산업조차 세계 2위로 껑충 뛰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조선‧철강‧섬유‧통신기기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비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 품목은 불과 10년 전까지 한국기업이 독식하던 분야다.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도 중국의 하이얼이 세계 시장의 18% 이상을 차지했다. 태양전지도 중국이 독식할 정도로 막강해졌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경제외교력마저 부실해지면서 이의 여파가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산업 구조고도화에 따라 한·중 간 가치사슬 배치전략이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단계에서 이뤄지는 비관세장벽뿐만 아니라 중국의 불합리한 규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산업분야에서 공동으로 시범사업, 표준 등 설정을 추진하고 중국시장에서 발생하는 지적재산권 침해문제 등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