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현주엽 감독 “우승 간절해…이상민의 삼성 이기고파”(일문일답)
2017-04-24 12:51
현주엽 신임 감독은 24일 잠실야구장 2층 기자회견장에서 LG의 공식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자리에서 현 감독은 “LG도 감독인 나도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마음은 간절하다”며 “일단 내년 봄 농구부터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 감독은 지난 21일 계약 기간 3년의 조건으로 LG 사령탑에 올랐다. 휘문고-고려대를 나온 현 감독은 휘문고 시절 1년 선배인 서장훈(은퇴)과 함께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고려대에서는 김병철(오리온 코치), 전희철(SK 코치) 등과 호흡을 맞추며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삼성 감독), 서장훈이 이끈 연세대와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현 감독은 1998년 청주 SK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골드뱅크, KTF 매직윙스를 거쳐 LG에서 3시즌을 뛴 뒤 2009년 은퇴했다. 고교 시절 ‘득점 기계’로 불렸던 현 감독은 육중한 체구에도 뛰어난 탄력과 어시스트 능력으로 프로 무대에서는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프로 10시즌 동안 397경기에 출전해 5268점(평균 13.3점) 1639리바운드(4.1개) 2067어시스트(5.2개)의 성적을 냈고, 통산 트리플 더블도 7개나 기록했다.
2014년부터 MBC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현 감독은 예능과 스포츠를 넘나들며 방송인으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후 코치를 거치지 않고 친정 팀인 LG의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로 농구인생 제2막을 열었다.
▲ LG 감독을 맡은 소감은?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LG 구단에서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재미있는 경기, 좋은 경기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 해설위원을 하면서 LG의 단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느꼈나.
LG 선수들은 개개인의 능력 굉장히 좋고, 가드 김시래 슈터 조성민 센터 김종규 등 포지션별로 잘 갖춰져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수비와 팀플레이에 약점이 있다. 그런 점을 보완하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 1990년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과 대결을 하게 됐다. 부담은 없나.
(이)상민이 형이 선수 때만큼 지도자로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지도자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형들한테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도록 하겠다. 또 제 밑으로 (서)장훈이 형도 감독으로 오고 싶어 하고 있다.(웃음) 제 밑에 아직 장훈이 형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하고 있다.
▲ 지도자 경험이 없다.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보여줄 것인가.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선수 때 굉장히 많은 경기를 해봤다. 농구 은퇴 후 해설을 하면서 선수 때보다는 폭 넓게 농구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선수를 지도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우려하는 사람들 많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를 선임하면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 다만 접전 상황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 개개인을 살리면서 수비에서는 팀플레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 해설 하면서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나.
선수 때는 상대 선수와 상대 팀만 이기면 됐다. 해설을 하면서 전체 팀을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어떤 패턴을 쓰는지, 경기 흐름을 읽는 게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뜻하는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어느 분이든 해설을 하면서 농구에 더 눈이 뜨는 건 맞는 것 같다.
▲ 예전과 달라진 농구장 열기를 느꼈을 것 같다. 책임감이 들지 않나.
이상민, 문경은, 추승균 형과 친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농구인들이 현재 다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경기력이 좀 더 좋아져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오픈 찬스에서 못 넣으면 창피해 했는데…. 요즘은 다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더라. 기본적인 기량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노력해야 한다.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도 느끼지만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 LG도 현역 시절 현주엽도 우승을 못했다. 부담감은 없나.
LG 선수들을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선수든 자신감이 있어야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는 경기 익숙해진 것 같다. 기량이 정체된 선수들도 있다. 빨리 자기 자리를 찾고 자기 기량을 발휘한다면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LG도 우승이 없어서 우승에 목말라 있는데, 간절한 마음은 나와 창원 시민, 구단 모두 같은 것 같다. 선수들과 화합을 잘 하면서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때론 강하게도 하고, 때론 선수들을 이해해주면서 팀을 이끌고 싶다.
▲ 현역 시절 굉장히 승부욕이 강했다.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가 있는가.
물론 다 지고 싶진 않다. 아무래도 LG에 있을 때 삼성이랑 경기를 했을 때 이기면 구단이 좋아했다.(웃음) 지금도 삼성이 잘하고 있고, 우승을 위해선 KGC나 삼성이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구단이다. 이상민 감독의 삼성이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이다.
▲ 외국인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구단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종규가 있지만, 키 큰 선수 한 명에 안쪽에서도 간혹 바깥쪽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언더사이즈 빅맨이 한국 농구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큰 선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 현주엽의 농구는 ‘이것’이라고 말한다면.
LG 구단이 앞선이나 스피드 있는 농구를 잘하는 것 같다. 색깔을 하나로 말할 수 없지만, 높이를 장악하면서 빠른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도자 롤모델이 있는가.
운동하면서 감독님들 여러 분 뵈었는데, 장단점을 많이 배웠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롤모델이라고 누구를 꼽을 수는 없지만, 장점을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 많이 돌아왔다. 지금 이 자리 어떤 의미가 있나.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은퇴 후 자신이 있던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게 꿈이다. 많이 돌아왔는데, 제 입장에서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농구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 당시 농구를 원 없이 하고 돌아보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농구를 원 없이 못했더라. 은퇴를 한 뒤 다시 오고 싶었다. LG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특별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 염두해 둔 코칭스태프 있는가.
감독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도 안 됐고, 감독 결정을 한 것도 3일밖에 안 됐다.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야구 같은 경우도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도 있다. 충분히 다 고려를 해볼 생각이다.
▲ 내년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를 크게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6강 플레이오프에 못 갔으니까, 일단 봄에 농구 해보는 게 목표다. LG가 단기전에 잘할 수 있는 멤버 구성이다.
▲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종규 선수한테 가장 기대를 했고 가장 실망한 선수도 김종규다. 앞으로 가장 발전해야 할 선수도 김종규다. 스피드가 좋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데 코트에서 그런 장점을 발휘 못했다. 득점과 수비 모두 장점이 살아날 수 있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한다. 훈련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코트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 아마 나에 대한 생각도 상견례를 마치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난 보기보다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성민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