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르펜, 아버지 이어 극우정당 두번째 결선진출 쾌거

2017-04-24 05:43

아버지 장마리 르펜에게 당대표 물려받아…극우 이미지 지우기 '안간힘'
두번째 대권 도전서 결선 티켓…反유럽연합, 보호무역주의 바람 타고 세몰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 티켓을 거머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2012년 1차 투표에서 17.9% 득표율로 3위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22∼23%의 득표율(출구조사 기준)로 꿈에 그리던 대권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해 '파란'을 연출했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뒤를 이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이끌어온 그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내내 지지율 1·2위를 다퉈왔다.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우파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르펜은 그러나 '원조 극우'로 불려온 아버지와는 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뒤 FN에서 '악마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당권을 거머쥔 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외국인 혐오 발언을 일삼아온 아버지와 다툰 끝에 결국 2015년 당에서 아버지를 쫓아내기까지 했다.

이후 르펜은 인종차별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사형제 부활 등의 당 강령을 폐기하는 등 아버지에 비해 다소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반체제 소수정당에 머물렀던 국민전선을 어느 정도 대중 정당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나치 점령 당시 1942년 프랑스 경찰이 1만3천여명의 유대인을 잡아 아우슈비츠수용소로 넘긴 '벨디브(Vel d'Hiv) 사건'에서 프랑스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기존의 반(反)유대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가 이번 대선에서 르펜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과 유럽연합 탈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거는 등 가장 강력하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르펜은 유로화 사용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이 저하돼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일자리 창출도 안 되고 있다면서 프랑화를 재도입해 통화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

금융시장과 서구 정계 주류에서는 프랑스가 실제로 유로존과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르펜은 폐쇄적 이민정책,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파 진영의 표심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결선에서 맞붙게 될 라이벌인 마크롱에 대해선 은행가 출신의 기득권층이자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라고 공격하며 프랑스 서민들의 반(反)엘리트 정서를 자극해왔다.

그가 내세워온 보호무역주의 역시 세계화의 물결에서 탈락한 프랑스 좌파노동자 계층의 좌절감을 노리고 있다.

국민전선은 대선 엠블렘으로 '파란 장미'를, 구호를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정했는데 르펜은 이를 두고 "파란 장미는 엘리트들이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룰 수 있는 국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르펜 캠프는 결선투표까지 마크롱의 강한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공약들을 문제 삼아 좌파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기권하도록 하는 한편, 마크롱이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라는 측면을 부각해 우파 유권자의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의회 의원 신분인 그는 측근들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이 부분이 결선 레이스에서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마리 르펜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난 르펜은 파리2 대학을 졸업한 뒤 형법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아버지가 창당한 국민전선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파리에서 6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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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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