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에게 생긴 변화
2017-04-20 17:05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제작 영화사 김치㈜·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은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키하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 중 도연 역을 연기한 배우 정소민(28)은 가장 보통의 딸이자, 열일곱 소녀 도연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연기하며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도연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기도 했다. 자신과 똑 닮은 도연과 아버지 상태를 연기하며 정소민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 정소민에게 영화 ‘아빠는 딸’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물었다.
열일곱 소녀와 중년 남성을 동시에 연기하게 됐다. 중년 남성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처음엔 외적으로 접근했다. 윤제문 선배님의 행동이나 말투, 자세 등을 관찰하고 카피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더라. 아저씨를 흉내 낸다고 한들 보이시한 여자아이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됐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만년 과장으로서 상태가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 무게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아버지에게 영감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 아버지와 대화를 해도 결국 딸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더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제가 어떻게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겠나. 어느 지점이 지나고 나니 접근 방식을 달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적인 것을 공부하고, 행동을 카피하려고 한 것도 헛된 일은 아니었다. 점차적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있더라. (역할에) 풍덩 빠져서 계산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쌓아온 걸 믿고 놀이하듯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실제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을 것 같다
- 그렇다. 저는 도연이와 비슷한 딸이었으니까. 드라마에서는 착한 딸을 연기하지만 대부분 딸이 아버지를 어려워하지 않나. 도연이는 그걸 넘어 싫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나잇대가 그런 것 같다. 저도 어릴 땐 그랬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졌다. (아버지가) 유해지기도 하셨고 저 역시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많은 딸, 여성 관객들이 도연을 보여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정소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 그럴 수도 있겠다. 제가 딱 그 나잇대에 아버지와 불편했으니까. 어릴 때 갑자기 무용하겠다고 하고,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였다. 엄마는 저를 믿어주셨는데 아버지가 반대했으니까. 무용도 우겨서 한 건데 그걸 엎고 연기를 하겠다고 했으니….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야속하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도연으로서, 상태로서 각각 이해와 공감이 되던 지점이 있을 것 같다
- 도연을 연기할 땐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장면들이 전부 공감이 갔다. 하하하. 아이돌 이야기하는 것, 수다 떠는 것이 소소하지만 큰 공감이 갔다. 상태를 연기할 땐 도연과 짝사랑하는 선배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줬을 때? 도연에게 ‘아빠 고마워’라는 소리를 듣는데 제가 다 뭉클하더라. 나는 아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중년 남성을 연기하다 보니, 여고생으로 돌아왔을 때의 연기가 어색하기도 했겠다
- 상태의 습관이 남아있어서 고생했다. 하하하. 팔자걸음이 몸에 밴 거다. 지금은 고쳤는데 (다리를) 모으는 것보다 풀어놓는 게 편하더라. 처음에는 팔자걸음을 흉내 내는 게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더 편해졌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계속 웃기도 했다. ‘촬영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렇게 걷는다’면서.
윤제문에게 중년 남성의 연기를 도움받은 게 있을까?
- 자연스럽게 말투를 이어받으려고 했다. 특유의 말투가 있으신 터라서. 약간 시크하면서도 만사 귀찮은 것 같은 공들이지 않은 말투? 그걸 꼭 익히고 싶었다. 선배님께서 제 대사를 녹음해주셔서 그걸 듣고 맞춰서 연기하려고 했다.
반대로 정소민이 윤제문에게 도움을 준 점은?
- 선배님은 평소 저의 모습보다는 제가 연기한 도연의 모습에 주목하셨다. 리딩할 때 제가 도연을 연기하는 목소리나 톤, 말투를 녹음해 들으셨다고. 행동에 관해서는 물어보셨다. 여고생의 반응은 어떠냐면서.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 제가 또 언제 남자 연기를 해보겠나. 연기적으로도 소중한 기회였다. 익스트림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원상태라는 사람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실제 정소민에게도 변화가 생겼을까?
- 그렇다. 아버지와 저의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에 아버지와 단둘이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 아닌가.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 변화를 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