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칼빈슨호 오도한 적 없다" 해명..그러나 대북경고 신뢰도 지적 이어져

2017-04-20 10:47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백악관이 19일(현지시간)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이동 방향을 둘러싼 혼란에 대해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면서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지난주 한반도를 향하던 것으로 알려졌던 칼빈슨호가 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우리는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에 대해 말했지 한반도 도착 시기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우리 함대가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칼빈슨호의 위치와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들은 "이번에는 국방부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현지 매체들이 칼빈슨호의 한반도 도착 시기를 섣부르게 추측해 보도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앞서 9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칼빈슨호가 호주 일정을 건너뛰고 한반도 해역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던 상황이었고 외신들은 일제히 15일 북한 태양절에 맞춰 칼빈슨호 함대가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칼빈슨호는 호주에서 계획대로 연합훈련을 마쳤고 다음 주에나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항에 정박하려던 일정만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 외신들은 백악관과 국방부가 지난주 내내 칼빈슨호의 이동 방향을 모호하게 표현하면서 혼선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NYT는 태평양사령부의 칼빈슨호 한반도행 발표 시기가 너무 일렀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일부 내용을 잘못 해석하는 등 여러 오류들이 층층히 겹치면서 혼란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대북 메시지와는 다르게 군의 실제 움직임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미국의 대북경고 신뢰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미치시타 나루시게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칼빈슨호의 이동 경로를 모호하게 발표한 것이 의도적인 전략이건 아니건 백악관의 이미지는 안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시기에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평시에 잘못된 정보를 퍼드린 것은 미국의 신뢰도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역시 19일 "미국의 칼빈슨호가 알려진대로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최근까지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트럼프가 '허풍을 좋아하는 인물'임을 확인시키고 미군과 미국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