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칸소 '사형집행 논란' 증폭…문제는 마취주사제

2017-04-18 03:39

마취주사제 '미다졸람' 사용허가 기간 이달 말 종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아칸소 주 정부와 법원 간 수감자 사형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아칸소 주 정부는 당초 사형수 8명에 대해 이날부터 11일간 8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차례로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연방 및 주 법원이 제동을 건 상태다.

앞서 아칸소 주 플라스키 카운티의 웬델 그리핀 판사는 지난 14일 사형수 처형에 쓰일 주사약물들에 대한 한시적 사용정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튿날 크리스틴 베이커 연방 판사는 사형집행 금지 명령을 내렸다.

게다가 사형수 가운데 이날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던 부르스 워드는 아칸소 주 가석방 위원회로부터 감형 권고를 받으면서 사형집행에서 제외됐다.

이에 레스리 루트리지 주 검찰총장은 항소하면서 "사형집행 이슈는 이전에도 제기돼왔으나 결국에는 이뤄졌다"면서 "법원의 명령은 시간끌기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형수들은 그동안 유죄판결, 선고판결, 형벌집행 방법 등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특히 그들의 죄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형을 언도받은 수감자들은 백인 4명·흑인 4명이며, 전원 살인죄로 복역 중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강간살인, 2명은 존속살인, 다른 1명은 15세 소년을 상대로 고문살인을 각각 저질렀다.

아칸소 주에서 수감자 사형집행에 나선 것은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형 집행에 필요한 약품 부족, 법적 문제 등으로 그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 정부가 '11일간 8명 사형'이라는 유례없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사형집행을 서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형집행용 주사약물인 미다졸람의 사용 기간이 이달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아칸소 주에서는 사형수 마취에 미다졸람을 사용하고 호흡을 정지시키는 데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를 쓴다. 이어 사형집행의 마지막 단계인 심정지 약물 주사제로는 포태시움 클로라이드를 사용한다.

문제는 다기능 진정제 중 하나인 미다졸람이다. 2013년 이후 사형집행에서 주사제를 투입하다가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최소 4회인데 미다졸람이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에서 미다졸람이 제대로 마취 작용을 하지 못하면 사형수들이 사망 전 심한 고통을 겪을 것이고 이는 수감자들이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피할 권리를 담은 수정헌법 8조 위반이라는 게 법원 측 논리다.

프레지니우스 카비 USA와 웨스트-워드 제약은 지난 13일 자사 제품이 아칸소 주 사형집행에 사용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형정보센터'(the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의 로버트 던햄은 "미다졸람은 사형집행에서 잘못될 내재적 위험성이 큰 부적절한 약품"이라며 "애리조나와 켄터키, 플로리다 주도 이 약품의 사용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사 허친슨 주지사는 "주 정부는 지난 20년 이상 사형집행을 미뤄왔으나 이제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서 사형집행과 관련한 비판론을 일축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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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