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자문서비스'의 이유 있는 흥행
2017-04-17 18:14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금융감독원이라고 하면 금융피해나 민원 관련 상담만 진행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사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딱딱하기만 하던 금감원이 2015년 4월 '금융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 소비자들의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지원하고 부채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보통 재무 상담이라고 하면 고액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떠올린다. 번 돈을 현명하게 지출하고 있는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궁금하지만 자산 규모가 적은 탓에 선뜻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자산관리회사나 보험회사 등에서도 재무상담을 해주고 있으나 대부분 자사 금융상품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부분을 공략했다.
전화·대면·온라인으로 일대일 맞춤으로 현재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재무목표를 설계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 무료이지만 상담은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상담경력이 있는 한국FP협회의 전문가가 진행한다. 단,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은 제공하지 않는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난 14일 기자가 금융자문서비스를 직접 받아보니 전화상담보다 금감원을 찾아 대면상담 하기를 권한다. 상담사가 지출과 소득 내역을 종이에 손으로 적어가며 비교 분석해주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쉽고, 상담 내용을 복사해서 가져갈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상담은 1차적으로 현금흐름과 지출관리, 저축과 투자, 부채관리, 위험관리, 노후소득원, 생활세금등의 주제로 이뤄진다. 상담을 받기 전에 본인의 지출과 소득 내역을 한 달과 연간으로 구분해 상세하게 적어가길 권한다.
예를 들어 관리비 18만원, 보험료 8만원, 통신비 10만2000원 이런식으로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과 자동차보험료, 부모님 생신, 피복비(의료·침구 등) 및 잡화(화장품·구두·가방 등)처럼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연간 비용이 발생하는 비정기지출로 나눌 수 있다. 또 주식·저축·펀드 보유 내역, 부동산 보유내역, 총 보유 총 재산 등도 미리 파악해가면 보다 정확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금관리 상태에 대한 파악과 상담이 끝나면 인생 전반에 걸친 재무설계가 시작된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출산과 교육, 주거, 직업이전, 은퇴, 은퇴, 의료비와 장기간병, 상속과 증여 등으로 구분해 재무목표를 구체화하고 실천 방안을 제시해 준다.
생애 주요 이벤트별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왜 돈을 모으려고 하세요?"라는 상담원의 질문이 날아왔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큰 돈을 지출한 탓에 '급여를 받아서 최대한 많은 돈을 저축하자'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지 나중에 이 돈으로 뭘 하겠다는 목표는 없었던 것이다.
몇 분간의 고민 끝에 주택구입을 목표로 잡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상담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3가지 시나리오별 액션플랜을 받았다. '공기 좋은 외곽에서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구체화되고, '저 많은 돈을 언제 모으지'라는 의구심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나름대로 통장 쪼개기, 신용·체크카드·현금 골고루 사용, 세제혜택 있는 연금저축 및 주택청약통장 가입 등을 해왔다. 그럼에도 내 벌이로 이렇게 저축하고 이만큼 돈을 쓰는 게 바람직한지 확신이 없었다. 금융자문서비스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없애줬다.
금융상담을 받았을 뿐인데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인생계획을 세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 받아볼만한 서비스다. 다만 상담인력이 2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예약은 필수다. 금융자문서비스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