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설영흥 현대차 고문도 절망 "올해 中 100만대 판매도 어렵다"
2017-04-14 00:01
-현대차그룹 위기 직면 토로
-"신차 출시나 프로모션도 크게 의미 없어"
-"신차 출시나 프로모션도 크게 의미 없어"
아주경제 윤태구·윤정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목표(195만대)의 절반인 100만대 판매도 어렵다."
현대·기아차가 중국발 사드 보복 쓰나미에 뒤덮여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판매량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설영흥 현대차그룹 고문은 최근 기자와 만나 사드 여파로 소위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설 고문은 “같이 손해를 본다고 하지만 중국 측 합작사인 북경기차와 동풍열달기차는 국영 기업이고, 결국 민간기업인 우리만 큰 손해를 본다"며 "매 분기에 현대차 30만대, 기아차 20만대씩 팔아야 되는데, 1분기에 총 20만대밖에 못 팔았다"고 밝혔다.
화교 출신인 설 고문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오너가 3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중국판매 목표는 현대차 125만대, 기아차 70만대 등 총 195만대다. 그러나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작년 3월 대비 52.% 감소한 7만203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5만6026대로 44.3% 감소했고, 기아차는 1만6006대로 68% 줄었다. 한때 11%대까지 치솟았던 중국시장 점유율은 최근 5%대까지 급락했다.
설 고문은 "방도가 없다. 양쪽 정부가 나서도 못 풀고 있지 않느냐"면서 "(자동차를)사 줄 사람이 없으니 신차 출시나 프로모션도 큰 의미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한테도 손해다', '다른 나라 관광객이 찾으면 된다'는 식의 대응은 되레 중국 내 감정이 악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설 고문은 "애들 싸움처럼 시끄럽게 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올 하반기 충칭 5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간다. 이럴 경우 기아차를 합쳐 중국 내 총 9개의 현지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설 고문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진출에 큰 도움을 준 일등공신이다. 당시 ‘관시’와 업무능력을 발휘해 베이징현대차 합작법인 설립을 이끌었고, 이 일로 정몽구 회장의 큰 신임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