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수협은행장 선출, 결국엔 막장드라마
2017-04-09 18:00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 선정을 놓고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수협은행에 1조원대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수협은행의 100% 주주인 수협중앙회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원태 수협은행장 임기가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수협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아직 신임 은행장 후보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수협은행은 지난달 9일 신임 행장을 내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선과정이 한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4일, 5일 연달아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결국 최종 내정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벌써 네 번째 실패다.
이 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일 끝나는 만큼 행추위가 차기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첫해부터 파행이 불가피하게 된다. 행추위가 10일 차기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하더라도 원활한 승계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은행장 후보자 선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면 수협은행은 최소 2개월 이상 행장 공석 사태가 벌어진다.
문제는 차기 행장 선임을 놓고 수협은행과 정부 사외이사 간 생각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은행 측에서는 경영능력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내부 출신 강명석 감사의 행장 선출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정부 측에서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해 정부 인사가 수협은행장으로 와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밥그릇 싸움'에 54년 만에 독립한 수협은행은 첫 출발부터 행장 없이 표류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누가 선임되든 내부 불신과 잡음 때문에 '신·경분리 후 첫 행장'이라는 타이틀이 퇴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