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잘 지내지?” 故 최동원 동상 앞에 선 ‘母情’

2017-04-05 14:06

[최동원 동상 앞에 선 어머니의 모정.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2015년 롯데 자이언츠 홈개막전 시구자로 나선 故최동원 어머니 김정자 여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지난 4일 늦은 밤 부산 사직야구장 앞. 이곳에 세워진 ‘최동원 동상’ 앞에 한 여성이 남몰래 다녀간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포착된 사진 속 노란 점퍼를 입은 여성은 투구 동작 중인 동상의 왼손 글러브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또 이내 동상 앞에 서서 최동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여성은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故 최동원의 어머니로 추정된다. 어머니의 ‘모정’이 느껴지는 이 모습에 봄비에 촉촉이 젖은 그라운드처럼 가슴 뭉클하게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두며 롯데에 첫 우승컵을 안긴 최동원은 '무쇠팔'로 불리며 부산을 넘어 한국 야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32세에 은퇴한 뒤 지난 2011년 향년 53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타계했다. 동상은 그의 2주기인 2013년에 부산 사직구장 앞에 세워졌다.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82)는 2015년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위즈의 시즌 개막전 시구자로 나섰다. 김씨는 이날 마운드에 올라 최동원의 과거 투구 준비 동작을 똑같이 선보였다. 허리를 숙여 양쪽 바지 깃을 매만지고 로진을 만지고 나서 안경을 고쳐 세우고 모자를 만지는 일련의 동작이 최동원의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김 여사는 “롯데 측에서 섭외가 왔을 때 아들이 떠올랐다”며 “아들이 옛날에 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는데, 이제는 던질 수 없으니까 내가 눈 감기 전에 아들이 던진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었다”며 시구 제의를 어렵게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는 시구를 마친 뒤 “동원아, 엄마 오늘 프로야구 시구 잘했다. 오늘 아침에 너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는데, 네가 도와줘서 엄마가 잘했다”고 전해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