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시간의 북녘길 탐사…'통일'의 숨소리 들리네

2017-04-05 15:00
여행 작가 안성교, 북·중 접경 지역 기록한 '경계를 여행하다' 펴내
압록강부터 백두산, 두만강까지 한반도 최북단 횡단

두만강 다리 위에 표시된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 [사진=라이프맵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세상 만물은 '경계'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에는 물론이고 사람과 사물, 사람과 자연, 나라와 나라, 선과 악, 심지어 시간과 시간, 나와 나 사이에도 경계가 있다.

국경도 마찬가지다. 국경은 세상에서 가장 정적(靜的)인 취향을 지닌 경계다. 그러나 국경은 동시에 강한 동적(動的) 함의를 지닌다. 

동화작가이자 여행작가인 안성교는 일부러 먼 길을 돌아 한반도 최북단 국경에 발을 들였다. 그는 중국 단동의 압록강단교를 시작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 백두산까지, 또 두만강 발원지를 기점으로 강을 따라 내려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만나는 3국의 경계인 방천 풍경구까지 탐사했다. 

안 작가는 통일문학포럼 회원들과 네 차례, 총 552시간에 걸쳐 여행한 북·중 국경의 탐사 기록을 책으로 내놓았다.

'경계를 여행하다'(라이프맵)라는 이 책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압록강,백두산,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북녘길을 횡단하며 겪은 북·중 접경 지역의 생생한 모습을 기록했다. 

저자는 이 경계의 여행을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며 가파름을 더듬는 마음의 여정"이라고 일컫는다. 우리 앞에 가로놓인 경계와 한계 사이에서 수없이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라는 말이다. 
 

압록강단교 [사진=라이프맵 제공]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만 달려가면 '북쪽' 그들의 사는 모습과 정취를 충분히 엿볼 수 있음에도 안 작가는 왜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곳에 직접 가야만 했을까. 그는 "국경 여행, 특히 북·중 국경 땅을 밟는 것은 '나'를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를 확인하려는 여행"이라며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순간을 포착하는 성질의 것이 아닌,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하긴 그들의 일상과 말소리, 숨소리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은 한반도에서 그곳이 유일하다. 

'통일'이라는 식상한 단어도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 국경이라는 경계 지역을 여행하며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떠다니던 낱말은 '만약'이었다"며 "'만약'은 '역사'라는 말과 소통할 수 없는데도 '만약' 뒤에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것은 '역사'였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만주 벌판을 가로질러 돌아가는 길에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또 하나의 부사는 '반드시'였다"며 "이에 뒤따르는 말은 '통일'이다.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꽤 오랜 시간 누빈 압록강과 두만강이 마침내 바다로 흘러들 듯이 남북통일도 그래야 한다는 뜻일 테다. 

책을 살짝만 들춰봐도 알 수 있지만, 이번 탐사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여행이 아닌 매번 목적이 분명한 것이었다. 저자와 함께한 작가들은 각각의 장르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통일과 분단, 이산에 대한 단상들을 엮어 발표했고, 저자 역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 책을 완성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의 현장은 분단 70년을 통과하는 '지금'이라는 '역사의 시간'이 아닐까? 백두산 천지는 지금 한창 해빙 중인데 남한과 북한의 해빙은 언제쯤 가능할까? 확실한 것 하나는, 역사는 남북을 두고 따로따로 책문(責問)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의 일갈은 책상머리에 앉아 '통일이 꼭 필요해?'라고 뜨악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서릿발처럼 내려앉는다. 

220쪽 | 1만3000원
 

'경계를 여행하다' 표지 [사진=라이프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