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호실적 은행주'도 발목 잡나
2017-04-03 15:00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미 기준금리 인상, 호실적으로 러브콜을 받았던 은행주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지 우려를 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추가지원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해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업종지수는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0.3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7% 가까이 뛰었다.
은행주는 호재도 많았다. 주요 시중은행은 2016년 가계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늘면서 깜짝실적을 내놓았다. 같은해 순이익을 보면 신한은행(1조9403억원)과 KB금융(2조1437억원), KEB하나은행(1조3872억원), 우리은행(1조1350억원)이 모두 1년 만에 20~30% 가량 증가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은행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 탓에 은행주도 대규모 손실이 우려됐다.
주요 증권사는 최근까지 낙관론을 버리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시중은행에 대한 추가 분담 요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주요 증권사는 평가했다. 은행주에 대한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채권단이 채무 조정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을 거부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에 돌입한다.
P플랜에 들어가면 은행권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선주 측에서 조선업체에 지급한 선수금을 돌려줘야 하는 선수금환급보증요청(RG Call)을 60% 수준으로 가정한 자료를 내놓았다. 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예상손실은 평균 3000억원을 웃돈다. 올해 은행별 예상순이익 평균치 대비 최대 40% 수준에 해당하는 액수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이 5390억원 규모로 가장 많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3180억원), 신한은행(1590억원)도 많게는 3000억원 이상 손실을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난항할수록 은행주도 덩달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상승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달 중순까지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주 주가는 악재를 반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한 주 만에 5.50% 하락했다. 신한지주(-4.90%)나 KB금융(-2.39%)을 비롯한 여타 은행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