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차기 정부는 과도정부…공무원 조직을 흔들지 말자

2017-04-02 13:23

[김태균 경제부장]

사전적인 의미에서 경제활동의 주체를 꼽자면 기업과 개인(또는 가계), 정부, 외국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은 개인 및 가계로부터 생산요소를 구입해 생산활동에 나서고, 개인은 기업으로부터 자기가 제공한 생산요소에 대한 보수를 받아 소비지출을 한다.

정부는 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재정활동을 하고, 외국은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조기 가시화된 차기 대선 등의 혼란 정국에서 경제주체의 한 부분인 정부(또는 공무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미 고위공직자들이 대선 캠프를 기웃거리고, 차기 정부를 위해 새로운 정책도 아껴두고 있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일어나는 상황과 또 다른 면이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무원 사회의 동요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차에 들어서며 청와대조차 구인란을 겪었다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소통은 사라지고,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공무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외면되는 상황에서 건강한 정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정권 초기 ‘공무원’을 주적이라도 된 듯 개혁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인사권을 휘둘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경제부처에서 내놓는 각종 경제정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없이 ‘재탕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심지어 담당 부처 공무원들마저 정권교체기에 실행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필요가 있겠는지 반문한다.

또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세부 정책을 마련하니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정치권과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조직개편론이 횡행하니,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정치권 줄서기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차기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과도 정부’로 인식해야 한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켜켜이 쌓인 ‘퇴행하는 민주주의’, ‘극심한 사회갈등’ 등 각종 과제를 해결하는 데 차기 정부 5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초입에 들어선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는 단기적인 호흡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차기 정부가 또다시 눈앞에 보이는 경제실적만을 강조해 ‘4대강’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식의 단기 과제에 급급할 경우, 우리 경제의 폐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경제주체 중 중요한 것이 공무원 사회다. 정권과 상관없이 공무원 사회의 안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경제 비전과 정책이 나와야 하고, 창의성을 북돋워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개발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를 표방하며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운 반면, 공무원 사회에는 조직 개편 등 혹독한 칼날을 들이댔다.

그러나 결국 기업은 정부의 기대를 저버리고, 공무원 사회는 피폐화돼 버린 결과를 낳게 됐다. 이는 기업인 출신이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익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기업의 생리를 몰랐다는 방증이라는 측면에서 아이러니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월호 사태’ 이후, 모든 적을 소위 ‘관피아’로 돌렸다. 해양경철청은 세월호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국민안전처 산하 ‘본부’로 격하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특히 해경 해체로 해경 수사정보인력은 2014년 절반 이하로 떨어져 314명에 불과하고, 해양범죄 검거 건수도 3분의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많은 공공기관장을 학계나 정치권 출신으로 채웠지만, 이는 더욱 실패한 인사로 평가된다.

다행히 차기 유력주자의 캠프에서는 집권 초기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경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의 어려움속에서 ‘정부의 근간인 공무원 사회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를 통해 가장 주목받던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벌써부터 해체론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오히려 미래부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정치도 경제도 실패의 원인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또 차기 정부에서는 개헌론까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취임 초 조직개편을 위해 1∽2년간을 허송세월로 보낸다면 이 역시 낭비요소일 뿐이다. 

더 이상 공직사회를 희생양 삼아 집권 기반을 다지려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 좋든 싫든 공무원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근간이다. 이들이 샐러리맨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사명감과 창의성을 가진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제대로 도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