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제주항공의 국내선 운임 인상안을 놓고 제주도가 제동을 걸고 나서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가 잇따라 국내선 운임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지분 7.6%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이유로 민간 항공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간섭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달 30일부터 제주와 김포·부산·대구·청주를 잇는 4개 노선의 운임을 인상했다. 김포∼제주 노선의 주말 요금을 기존 7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올렸다.

제주도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2005년 출범 당시 맺은 협약서에서 ‘제주항공이 항공요금을 변경하려면 도와 협의한 후 해야 한다’는 문구다.

제주항공은 ‘협의’가 ‘합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운임 인상과 관련한 협의를 수차례 진행했으나 이와 상관없는 제주콜센터 이전문제를 빌미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주항공은 2012년 인상 이후 5년 만의 인상이고 모든 국적 LCC가 운임을 인상한 후 가장 늦게 시행한 점 등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서운한 속내를 내비쳤다.

앞서 진에어(1월 26일), 티웨이항공(2월 24일), 이스타항공(3월 26일), 에어부산(3월 27일) 등 모든 국적 LCC가 운임을 인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8일부터 운임 인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노선에서는 7개 국적 항공사 간 경쟁 심화로 추가 수익률 하락과 이에 따른 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최근 3년간 승객에게 받은 실질운임은 2014년 114.3원/㎞에서 2015년 99.4원/㎞, 2016년 3분기 기준 96.9원/㎞으로 하락 추세다.

특히 기업의 핵심 경영활동인 ‘가격’ 결정을 제주도가 시장상황에 대한 분석 없이 감정적으로 간섭한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임을 통제하는 경우 가격에 대한 일부 보전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제주도에서는 아무런 보전대책 없이 운임을 통제, 일방적인 요구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제주도는 도민 혈세 50억원을 2005년에 출자한 상황을 두고 “낳아준 부모에 보은하지 못할망정 내팽개치는 경우”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설립 이후 수년 동안 적자에 시달렸고, 애경그룹이 지속적으로 출자에 참여하는 동안 제주도는 단 한 번도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제주항공에 대한 제주도의 지분율은 2005년 25%에서 2015년 3.9%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경영정상화 시점에 100만주를 무상증여한다는 협약내용을 이행한 제주항공에 의해 제주도는 100만주를 지난해 7월 증여받아 현재 지분율은 7.6%로 2대 주주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무책임하게 애만 낳고 양육은 나 몰라라 했던 상황에서 10년이 지난 이후에 여건이 좋아지니 이제 와서 효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