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차, 인적성검사 치러진 신천중학교 가보니…연구개발 지원자들로 가득
2017-04-02 17:59
- 역사에세이 문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견해 물어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1일 상반기 현대자동차 인적성검사(HMAT)가 치러진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시작된 현대차 인적성검사는 오후 2시30분 무렵에야 끝이났다.
이 곳에서는 차량설계, 파워트레인, 차량평가 등 연구개발(R&D) 분야 지원자들 약 800여 명이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끝마치고 나오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 지원자들로, 여성 지원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차량평가 부문에 지원했다는 유동영(26) 씨는 "처음 시험을 봤는데, 준비한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잘 못 본거 같아서, 이제 삼성직무검사에 올인해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올해 현대차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채용설명회한 것을 봤는데 직무 이해에 도움이 됏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응시자들 대부분은 문제 난이도가 전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파워트레인 부문에 지원한 정 모(26) 씨는 "정보추론을 푸는 시간이 5분 짧아졌고, 공간지각도 문제는 5문제가 늘었는데 시간은 더 짧아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역사에세이에 등장한 '보호무역주의'
"조선시대에 펼쳐진 쇄국정책에서 얻을수 있는 시사점을 서술하라"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서술하라"
현대차가 이날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적성검사(H-MAT)에서 출제한 역사에세이 문제 2개다. 현대차는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역사 에세이 시험을 추가적으로 실시한다. 지원자들은 30분의 시간 동안 주어진 지문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기술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세계적으로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현대차는 문제에서 "고려는 건국 초기부터 대외무역을 장려하는 등 개방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했다"며 "수도인 개경 근처인 예성강 하구인 벽란도는 다양한 외국의 상인들이 드나드는 국제 무역항구로 크게 번성했고, 개방적인 외교 정책을 통해 고려는 주변국 사이에서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과 왕성한 교역통상을 전개한 고려와 달리, 조선은 쇄국정책을 펴나갔다"며 "대원군이 이와같은 쇄국정책을 고수한 이유는 중국이 위태롭게 된 것이 1842년 영국과의 아편전쟁 등으로 인해 외국에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선왕조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다"고 부연했다.
차량설계를 지원했다능 김 모(28)씨는 "예상했던 문제는 아니었다"며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는데, 역사적 지식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파워트레인 부문 지원자인 이 모(26)씨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현대차에 대해 공부했던 것이 역사에세이 쓰는데 도움이 됐다"며 "내용은 알았지만, 막상 글쓰기를 하려니 시간이 부족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역사 에세이 시험은 단순 역사지식이 아니라 지원자들의 논리적인 사고 전개와 생각을 묻는 것"이라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역사 지식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는 것이 주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인적성검사 결과 발표는 오는 14일에 난다. 이어 1차면접은 18일부터 25일까지 이뤄지며, 2차면접과 신체검사는 5월 16일~19일까지 진행된다. 최종합격자는 6월 2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