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승부수 “도시바 인수시 SK하이닉스 Top3 반도체 회사 도약”
2017-03-29 16:39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해 성공을 거뒀던 최 회장이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 확장 행보에 돌입했다. 매각 금액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5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5년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재편을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수 성공 시 글로벌 반도체 3위 업체 도약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품 안에 넣는다면 낸드 부문에서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도시바 인수의 의의를 좁은 시각에서 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데이터 리퀘스트가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 순위(2014년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4.5%로 마이크론테크놀러지(점유율 4.6%)에 간발의 차이로 5위를 기록했다. 도시바는 7위(2.4%)였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6.9%의 점유율로 퀄컴(5.5%)을 밀어내고 3위로 도약해 1위 인텔(14.1%), 2위 삼성전자(10.8%)와도 맞붙을 수 있는 외형을 갖게 된다.
◆돈보다 비사업적 정서가 인수 부정적 영향 미쳐
29일 예비입찰 마감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웨스턴디지털(WD)·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미국 업체, 훙하이·TSMC·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및 대만 기업, 사모펀드(PEF) 등 관심을 보여왔던 10여곳이 예정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요소는 인수자금이다. 한 푼이 아쉬운 도시바는 사업적으로만 보면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외기업에 매각할 경우 기술 유출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20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일본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 산하 산업혁신기구 또한 발을 빼 해외기업으로의 매각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대만업체들의 참여는 배제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참여도 견제하는 움직임이다. 한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몰락시킨 주범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가까운 미래에 반도체를 활용한 첨단사업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미국기업, 특히 도시바와 사업 제휴를 이어온 웨스턴디지털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혁신기구도 웨스턴디지털 인수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고바야시 요시미쓰 경제 동우회 간사는 지난 28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 회사와 지금까지 협력하고 있으니 그 수준에서 (기술 유출을) 차단해 나가야 한다”며 웨스턴디지털 매각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과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아베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우회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부각시키는 한편 인수후 SK하이닉스와 흡수가 아닌 독립법인으로 남겨 ‘도시바’ 로고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