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SK, 롯데 등 대기업 '뇌물죄' 수사 본격화
2017-03-19 15:31
강요죄, 뇌물죄 사이 고민… 출연기업 피해자 또는 공범으로 신분 결정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하면서 제2기 특별수사본부의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공모해 50여곳의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토록 한 혐의를 둘러싸고 강요죄와 뇌물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검찰 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간부들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이틀 앞둔 19일 주말도 반납한 채 사무실에 출근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에 앞서 청사 안 이동 동선이나 시설물 안전 등 보안사항을 비롯해 조사 장소 및 방법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역대로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은 건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 도중에도 예우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게 된다.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데 따른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은 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전 국가원수의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13개 범죄 혐의 가운데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죄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 1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함께 삼성과 SK, 롯데, CJ 등 53개 대기업을 압박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토록 강요했다고 판단, 강요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출연금 중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낸 204억여원을 제3자 뇌물로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특검이 90일간 대장정을 이어가며 두 재단의 실제 소유주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공동'이라고 결론 낸 바 있다. 강요 또는 뇌물이란 검찰의 판단에 따라 삼성 등 대기업의 신분이 '피해자'에서 뇌물을 건넨 공범으로 바뀔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된 이후에도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기업의 뇌물공여 의혹 수사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59)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롯데는 작년 2월 신동빈 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 시기는 관세청의 면세점 신규 설치 발표 두 달 전이다. 검찰은 장 대표를 상대로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낸 것과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롯데의 출연금에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할 땐 신 회장 또한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의혹으로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13시간이 넘는 장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지난해 11월 비공개 소환 이후 넉 달 만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조사를 앞두고 대기업 뇌물부분에서 삼성과 롯데, SK에 우선 집중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나눈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등 대화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회장의 면세점 사업권 등을 위해 두 재단에 별도 지원했다는 혐의도 캐물었다.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 탈락상태였던 SK는 한 달쯤 뒤 추가 승인 대상에 선정되며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특별사면에 박 전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도 추궁했다.
SK 측은 최 회장의 사면은 두 재단의 출연 논의가 나오기 전 이뤄졌고, 면세점 선정은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