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타격] 한국·중국 어학원 수강생 겉으론 '평온', 속으론 '냉랭' <르포>
2017-03-19 18:00
아주경제 김지윤 기자 = "요즘 길거리에서는 되도록이면 말을 줄이려고 해요. 한국말을 잘 못해서 중국인이라는 게 티가 날까 봐서요." (30대 중국인 A씨)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갈등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어학원이 밀집된 서울 종로에서 만난 한 중국인 여성은 요즘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종각역 근처 카페 직원은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수시로 오갔다"며 "유커(游客)의 발길이 뚝 끊긴 이곳 상권은 요즘 한산하기만 하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종로의 어학원에 다닌다는 한 중국인은 "사드 배치 이후에 나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차가울 정도"라며 "기존 다니던 학원은 앞으로도 계속 수강할 예정이고, 향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직장도 잡을 계획이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의 여러 한국어 학원은 중국인을 비롯한 다채로운 국적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유학생이나 업무와 관련해서 언어를 배우고 있어 혐한(嫌韓)과는 연관성이 적은 탓이다.
이런 일상적인 모습에서도 사드로 대표되는 국가 간 첨예하게 대립을 세운 사안은 일절 드러내지 않는다.
여의도의 오피스 밀집 상권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강사 김미진씨(가명)는 "학생이나 학생과 강사 간에도 감정이 상할 수 있으므로 사드에 대한 내용은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일부에서는 반중 감정 때문에 한국 내 중국인들의 일상적 삶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했다.
다수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노골화된 사드 보복이 부정적인 여파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학생 B씨는 "중국이 한국 관광이나 한류 진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수많은 위협이 존재하는 한국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땐 무조건 비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