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바르셀로나에서 빛난 中 오포
2017-03-13 11:39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저녁, 취재를 마치고 찾은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Camp Nou)'는 여느 때처럼 관중들의 함성과 흥분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세계 최고의 축구 수퍼스타들을 직접 보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사이 또다른 낯선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시간 반이 넘는 축구경기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Oppo)'의 로고가 경기장을 둘러싼 전광판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광경을 보면서 혜성처럼 나타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한 오포의 영광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나뿐 이었을까.
오포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격전지라 불리는 중국 시장을 제패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1년 마다 1위 업체가 바뀌는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치열한 시장이며, 한 업체가 1위 수성을 1년 이상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2013년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샤오미, 애플, 화웨이 순으로 점유율 1위 업체가 곤두박질 쳤다. 1위 자리를 1년 이상 사수하는 일은 꿈도 못 꾼다. 1위 사수는커녕 다음 해에는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기도 한다.
‘대륙의 실수’라 불릴 정도로 잘나가던 샤오미는 2014년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한 뒤로 서서히 순위가 내려가더니 지난해는 5위까지 떨어졌다. 원조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중국 1위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을 공식 수입하면서 2015년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지난해는 4위를 기록했고, 2013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위까지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신흥기업 오포가 이처럼 변덕이 심한 중국 소비자들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가장 큰 요인은 샤오미의 몰락이다. 오포는 샤오미가 몰락하면서 그 자리를 고스란히 차지했으며, 샤오미와 오포가 정반대의 판매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샤오미는 온라인 전략을 펼쳤다. 특히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개척해 젊은 층의 인기를 한 몸에 흡수했다. 하지만 오포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고집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깍듯이 모시는 마케팅 방식은 중국에서는 생소했지만, 그 덕에 오포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도로 올랐다.
판매 강화 지역도 샤오미처럼 대도시에 집중하는 전략이 아닌 지방도시에 중심을 두고 지방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무엇보다 위탁생산에 의존했던 샤오미와 달리 오포의 제품은 모두 자체 생산이다. 이는 재고관리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 MWC에서 오포는 글로벌 업체들이 대거 입주한 메인홀인 3홀에 전시장을 꾸리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3홀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글로벌 시장 영향력과 GSMA에 대한 공헌도 등 특별한 자격을 갖춘 업체에만 전시를 허용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국내 업체로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 LG전자만이 입성했을 정도다.
MWC 기간동안 오포 전시장을 찾은 조셉 바르토뮤 FC바르셀로나 구단주는 양복 주머니 속에서 오포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2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며 치켜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포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2015년 9월에 FC바르셀로나와 3년간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하면서 구단과 함께 오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오포는 FC바르셀로나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폰을 대만에서 출시하고 오포 제품 홍보에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등장시키는 등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썼다. 오포는 중국, 호주, 맥시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진출한 상태지만, 유럽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시장을 제패한 오포의 자신감일까. 지난 12일, 크리켓 인도 국가대표팀과 5년간의 스폰서 체결을 성사시켰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이젠 유럽을 넘어 인도시장까지 넘볼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