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뉴 차이나(New China) vs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
2017-03-06 10:51
중국 제조업의 핵심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 줄이기 노력은 부단하게 지속되고 있다. 이는 선진 기업에 대한 M&A를 통한 외부로부터의 기술력 확보와 ‘반도체 굴기’혹은 ‘디스플레이 굴기’라는 자생적 기술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이어져 나온다. 우선 한국을 따라 잡아야만 중국의 기술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발상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확인하고 나면 씁쓰레하기까지 한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제조업 강국’을 목표로 제조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전략 산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 부품에 대한 국산화와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성장의 패러다임을 수출에서 내수, 소비에서 투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를 하면서 점진적으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다시 선다는 ‘중화(中華)’를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연출한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대외에 천명하면서,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과시한다. 시장의 크기와 부(富)의 축적을 기반으로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중국 인민들의 ‘자국 우월주의’에 대한 사고와 의식이 갈수록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China 3.0'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뉴 차이나(New China)'이다. 이는 사회주의의 근간을 확립한 마오쩌둥 시대의 ‘China 1.0', 시장경제 도입을 통한 초고속성장으로 G2로 등극한 덩사오핑에서 후진타오에 이르는 시대의 ’China 2.0'과는 완전히 다른 중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2년에 집권하여 중국을 리드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 의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뉴 차이나’는 중국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인건비 상승 등 제조업 환경의 악화로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극심한 구조조정으로 사양산업이 속출하면서 망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 성취과는 상반된 빈부, 도농 간의 격차 조정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강해진 중국에 대한 주변, 특히 이웃 국가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평화 공존, 자유무역 등을 표방하면서도 중국이 불리해지면 가까운 이웃에 대해 서슴치 않고 통상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중국, 중국인이다.
2012년 중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국유화 선언으로 발생한 이 사건은 중·일 양국 갈등을 최고조로 격화시켰다. 중국인들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으로 번지면서 일본의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였으며,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급감했다. 2년 후 일본의 수출은 다시 회복이 되었고, 4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해 냉정한 이성적 대응을 촉구하였으며, 일본의 재계는 중국 고위인사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등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중국 진출 일본 기업의 실적 부진은 결국 중국 내 고용 축소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생산 혹은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China+1'이라는 전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는 대신 동남아,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빠르게 재편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중국 극복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리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면서 일본의 해외생산기지 재편, 수출시장 다변화, 외국 관광객 국적 다양화 등의 기반을 다지는 초석이 만들어졌다.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의 비(非)이성적이고 무분별한 행동은 미국 혹은 주변국들의 반감을 부추겨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뉴 차이나’와 대조적으로 우리 수출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지역이 있다. 바로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 시장이다. ‘뉴 차이나’와 ‘포스트차이나’는 향후 수년간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대한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공장과 시장에 대한 우리의 선택지가 넓어짐으로써 중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숨통을 트이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보복과 무관하게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노골적이면서 무리한 중국식 ‘한국 따라잡기’는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을 기피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구미(歐美)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대만 기업에 이어 한국 기업들마저 이러한 중국의 변덕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을 정도이다. 상대적으로 동남아, 인도 등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의 되려는 국가들이 이들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되면서 빠르게 경제적 도약을 하고 있다. 경제력과 시장의 규모는 커질대로 커졌지만 기술력이나 시장의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도 갈 길이 먼 중국에게 이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중국이 패권적 행보를 보일수록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더욱 위축될 것이고, 대체시장인‘포스트 차이나’가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우리가 당장 맞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뉴 차이나’와 ‘포스트 차이나’를 동시에 다루는 양면 전략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선택적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