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가 도청했다" 트윗으로 파문..극우매체 주장 믿었나
2017-03-05 13:44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자신의 전화를 도청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오바마 측은 트럼프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이른 오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끔찍하다. 내가 대선에 승리하기 전에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는 연이은 트윗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신성한 선거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니 얼마나 저급한가! 닉슨의 워터게이트감이다. 나쁜(역겨운) 사람!” 이라면서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공화당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닉슨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한 사건을 말한다.
케빈 루이스 오바마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나 전 백악관 관리 누구도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이에 반하는 모든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도 이날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 당신 같은 사람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브레이트바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마지막 몇 달 간 트럼프 후보를 흔들기 위해 트럼프 캠프를 도청하는 ‘경찰국가’ 책략을 썼다는 강경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마크 레빈의 주장을 보도했다. 또한 브레이트바트는 오바마 정부가 작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관리들과의 접촉을 감시하기 위해 외국첩보감시법(FISA)에 의거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로버트 코스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관리에 따르면 백악관 직원 여러 명이 이 브레이트바트 보도를 돌려보고 있다고 들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언론의 보도를 대충 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채 잘못된 주장을 펼친 적이 있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중 "어젯밤 스웨덴에서 벌어진 일을 보라"라고 말해서 논란이 일었는데, 이후 트럼프는 폭스 뉴스에서 한 영화 제작자가 출연해 이민자 때문에 스웨덴에 범죄가 늘었다는 말을 한 것을 보고 했던 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취임 후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주 정제된 어조의 의회 연설이 호평을 받으면서 악화된 여론이 반전되나 기대했지만 며칠 만에 세션스 법무장관이 또다시 러시아 내통 의혹에 휘말리면서 또다시 궁지로 몰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러시아 유착설을 도청 주장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