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배달사고’ 라라랜드→문라이트 번복…키멜이 던진 ‘트럼프 트윗 떡밥’[아카데미 시상식]

2017-02-27 15:50

[아카데미 시상식 최악의 실수. 영화 '문라이트' 감독 배리 젠킨스가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번복 호명 이후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하는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김연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풍자로 물든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역사에 남을 초유의 ‘배달사고’ 해프닝을 일으켰다.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던진 ‘트럼프 트윗 떡밥’이었다.

대배우 워렌 비티가 엄청난 실수였을까. 실상은 배달 사고로 벌어진 초유의 대반전 사태였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 번복됐다. 27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가 호명됐지만, 이후 ‘문라이트’로 변경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직후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나온 워렌 비티는 배달된 수상 봉투를 열더니 잠시 머뭇거린 후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라라랜드’의 7관왕이 확정된 순간, 청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고, ‘라라랜드’ 제작진은 무대에 올라 감격을 누리며 수상 소감까지 전했다.

그러나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워렌 비티는 다시 봉투를 확인한 뒤 “문라이트가 수상작이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최우수작품상을 번복했다. 현장에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이 대혼돈에 빠진 순간이었다.

워렌 비티는 “수상작 봉투를 열었는데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쳐다본 것”이라며 “웃기려고 한 일이 아니다.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 맞다”라고 다시 확인했다.

‘문라이트’ 감독과 제작진이 최우수작품상 수상 소감을 마친 직후 다시 무대에 오른 사회자 지미 키멜은 “내 잘못이다”이라며 배달 사고로 인한 주최측 실수를 공식 사과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지미 키멜.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치적 풍자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사회자 지미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풍자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작년에 오스카상이 인종차별적으로 보였던 것 기억하느냐? 올해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색인종 차별' 논란을 겪었던 아카데미가 올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오히려 ‘차별 반대’의 목소리로 물들었다는 뼈 있는 풍자였다.

또 키멜은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올해까지 20차례나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우리는 올해도 습관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적었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가 “과대평가된 배우”라는 역공을 당했던 일을 꼬집은 농담이었다.

또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이 된 새벽 트윗도 비꼬는 등 정치적 풍자를 쏟아냈다.

그런데 키멜이 역사에 남을 해프닝을 만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트윗 떡밥’을 던져준 것. 다음 날 새벽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