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➒ 덕수궁의 피카츄...포켓몬고의 명암
2017-02-27 00:02
개발업체는 지금이라도 새로운 전략 수립해야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동안 전 국민의 5분의 1이 설치해 국민게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포켓몬고 게임의 열기가 사그라진 탓일까. 이제 거리를 걷더라도 휴대폰에 코를 박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를 보더라도 확실히 포켓몬고는 일상에서 잠시 비켜나있다.
포켓몬고 게임 개발업체인 나이앤틱은 2월 9일 네스트를 옮긴 데 이어 17일 80종의 새로운 포켓몬을 선보이며 게임을 떠나가는 유저들을 잡아두려 애썼지만, 바쁜 세상을 결국 이기진 못한 것 같다.
결국 포켓스탑을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과의 제휴사들에게 대규모로 설치하면서 이제 찾아가는 재미 대신 언제나 쉽게 친숙하게 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도 했다.
기존의 유저들을 만족시키지도 못했고, 새로운 유저의 유입도 의도한 것만큼 이뤄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대세가 포켓몬고 게임이다. 다른 모바일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점을 잊고 있다. 흔히 선거판에서 이야기하는 집토끼와 산토끼의 비유가 있다. 집토끼는 무엇을 해도 집에 계속 있을 줄 알고 집 밖의 산토끼를 잡아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비유하지만, 늘 결과적으로는 산토끼를 쫓는 행태는 실패로 귀결되곤 했다. 그것을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둘째로 성급하게 새로운 포켓몬을 공개해버렸다. 남은 카드를 너무 빨리 보여 버린 것이다. 기존의 포켓몬을 진화시키고 강화시키기에도 모자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포켓몬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게임에 대한 애착을 하루속히 반전을 통해 복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전략의 실수다.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목표 설정이다. 포켓몬고 게임 개발업체는 그 목표를 자신들이 세운 것보다 이상적으로 높게 나온 것을 두고서, 호기심을 고려하지 못한 채 처음에 나온 것을 목표를 섣불리 설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거품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게임 공개 초기에 나온 폭발적인 반응에 취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목표가 급격하게 다시 추락하자 새로운 목표를 낮춰 잡기 보다는 새로운 수단을 동원해 복귀를 목표로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전 국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8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게임을 내려 받은 것이 정상일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과거의 향수 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침, 즉 과열이었다. 언제든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했다.
세 번째 패착은 무리수가 새로운 무리수를 낳은 것이다. 포켓스탑의 중요성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그것이 집 주변을 포위하면서 쉬운 접근이 됐을 때 애써 게임에 집중할 이유가 무엇인가. 누구나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함이 있는 것을 사람들은 선호한다. 처음에는 다 같이 하는 것이 당연해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게임폐인, 혹은 게임마니아의 속성이다. 폐인과 마니아는 전체적인 숫자는 많지 않겠지만, 그들이 게임을 주도하면서 대중을 이끈다. 이제 포켓몬고의 폐인과 마니아가 새로 생성될 수 있을까?
이제 다시 게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전략은 깊은 성찰에서 나와야 한다. 성찰은 단순함이 아니다. 단순함을 지향하지만, 그 단순함을 위한 깊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포켓몬고 게임이 국내에 상륙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다. 한 달 동안 너무 많은 것을 하려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이제 남은 200만 명의 유저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욕심을 내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라.
최근 덕수궁에 피카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