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16시간' 법칙

2017-02-20 05:0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설 기간 중 분당 소재 네트워크 관리센터를 방문, 비상근무중인 상황실 구성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승부사, 인수·합병(M&A) 전문가, 비서실장, 전략가, 미스터(Mr.)T..."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닉네임들이다. 얼핏 보면 제각각이지만 그가 보여온 경영행보를 보면 적절하게 하나로 버무려진다. 임직원들은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꾸준함이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거둬온 리더십의 요체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사장은 하루 24시간 중에 16시간을 일에 매달릴 만큼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출근부터 퇴근까지 오로지 그의 머릿속엔 회사 경영만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통상 새벽(6~7시)에 출근해서 자정(11~12시)에 퇴근한다. 지독한 일벌레인 것은 맞지만 소위 말하는 '워커홀릭'과 다른점은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서 활용한다는 점이다. 박 사장의 "5분만 회의합시다"는 SK텔레콤 임직원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점심식사를 하거나 저녁 미팅 자리에서도 틈만 생기면 박 사장은 보고를 받고 회의를 진행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업 구상과 아이디어를 그때 그때 전달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밥도 회의의 연장선이기에 임직원들은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박 사장이 전달하는 내용을 놓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빼곡한 일정의 해외 출장에서도 예외는 없다.

박 사장의 16시간은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쉬는날이나 주중 1~2회는 반드시 현장을 들려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거나 틈나는 대로 격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설 연휴 첫 날에 분당 네트워크 관리 센터 현장을 방문해 고생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사내 인트라넷에 이에 대한 위로의 글을 직접 남겨 훈훈한 미담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이 곳에 간직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64기가 USB를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이 SK텔레콤 수장으로 오면서 가장 골몰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신사업이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 전략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사장은 과거 한국이동통신 인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 그룹의 적극적인 M&A에서 한 축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총애를 받는 것도 오너의 의중을 읽고 더 발빠르게 움직여 언제나 한발 앞서 나가는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최 회장은 "변하지 않는 기업은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서든데스(Sudden death)를 이야기하며 뼈를 깎는 혁신안을 각 계열사에 주문해왔다. SK그룹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젊은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파격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갔으며,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에 박 사장이 임명된 것. 박 사장은 SK텔레콤 사장으로 선임되기 직전 최 회장에게서 "흔들림없이 소신껏 잘 키워봐라"라고 강한 신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CEO 가운데 늘상 상위 평가를 받았던 박 사장으로서는 윗선의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고, 단기성과 보다는 중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데 매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박 사장은 '뉴 ICT 산업 생태계 조성·육성'을 위해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업계 새판짜기에 본격 돌입했다. 공격적 투자와 지원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의 토양을 새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동하는 가운데 회사 전반의 경영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판단, 전 임직원에게 강한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다"며 "한편으론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격려를 통해 주인의식은 물론,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