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출구 안보이는 재건축 층수 규제

2017-02-09 16:00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서울시의 높이 규제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일고 있다. 서울시가 정해두고 있는 주거지역 공동주택 최고 높이 35층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남의 대단위 재건축조합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주 최고 높이 50층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실상 부결된 이래 35층 제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야심차게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준비 중이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서울시의 35층 룰에 갖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건축 조합과 관련 업계에선 규제를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9일 예정에 없던 공식 브리핑까지 하며 35층 규제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 전체 도시관리 차원에서 높이관리에 대한 지속적 논의와 공론화는 필요하지만 일부 왜곡된 주장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이제 수립, 운영 중인 기준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개별 단지 차원이 아닌 도시차원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시를 관리하고자 하는 만큼 일관성 있게 기준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실상 재건축 35층 층수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실상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저층 건물 위주의 저밀도 개발과 보행 친화 도시 조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초고층 아파트 건설 제한(서울 2030플랜)과 소규모 맞춤형 개발 추진(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재생 위주의 개발 방식(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공공성 확보(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이다.

잠실주공5단지 심의 보류에 한 주 앞서 진행된 도시계획위원회 결과를 통해서도 서울시의 도시계획 기조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도계위에선 종로구 신영1구역 재개발 계획안이 통과됐다. 신영1구역은 2000년 6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개발이 17년간 지연되면서 낙후된 주거환경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신영1구역은 총 199가구, 용적률 153% 이하, 최고층수 7층 이하로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당초 지상3층~지상8층, 전용면적 49~84㎡ 19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경관보호를 위해 높이를 더 낮췄다. 건물이 북악산의 스카이라인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의 관계자들은 획일적 규제가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라고 지적한다. 각 조합 측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용적률이 정해진 상태에서 층수를 제한할 경우 그만큼 아파트를 옆으로 늘려 지어야 한다. 또 비슷한 높이의 아파트가 더 빼곡히 들어차 마치 병풍을 친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연출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지금처럼 용적률은 제한해 과도한 이익 추구를 막되, 층수 규정은 없애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 층수를 높이면 용적률을 그대로 두면서도 동과 동 사이의 거리와 조경 면적이 넓어져 더욱 쾌적해지고, 수익성도 높아져 재건축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서울시와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35층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졌다. 앞으로 강남의 대단위 재건축조합을 중심으로 35층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와 관련한 소모적 마찰과 함께 사회적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공공의 이익과 주민들의 권리를 다 같이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