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미국의 금리 상승과 채권 투자
2017-02-06 17:00
다만 올해 시장 금리의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상승 시기가 연중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여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투자자의 부담은 작년에 비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한 채권 금리 상승세가 지난해 말 이후 주춤한 모습이다. 미 대선 이후 2.6%까지 오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월 17일 기준 2.3%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5년물 수익률도 2%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8%대로 떨어졌다.
급락한 채권형 펀드의 성과도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채권형 상품이 동일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 성과는 투자 대상에 따라 상품별로 차별화를 보이는 양상이다.
올해 채권시장 전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융시장은 두 차례 인상 전망만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전망이 맞을지, 시장의 예상이 맞을지는 결국 하반기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두 차례 금리 인상 시나리오는 현재 시장이 예측하는 수준이므로 추가적 금리 상승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세 차례 또는 그 이상으로 결정되면 시장 금리는 추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6월, 9월, 12월을 전후해 금리가 변동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경제는 성장과 물가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트럼프 정부의 재정확대도 예상돼 펀더멘탈(기초체력)과 정책 환경 측면에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에서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집계한 올해 말 미국채 10년물 전망치는 2.77%로, 현재 수준 대비 0.4%포인트 높다. 지난해 금리가 7월 저점 대비 1.0%포인트 상승했고, 트럼프 당선 대비로 0.8%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에도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되겠지만 그 충격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채권 금리 역시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금리 흐름과 연동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국내 경기 여건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 국내 금리는 미국 금리와 점차 차별화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국내 경기 회복이 부진하고, 높은 가계부채 부담을 감안해 기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하반기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도 금리 상승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채권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채권보다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내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 투자 위험은 크지만, 이자 수준이 높고 경기 회복기에는 기업의 신용 위험이 낮아지며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채권 대부분은 경기 회복기에 금리 상승 영향으로 수익이 악화됨이 일반적이나, 하이일드 채권은 오히려 경기 회복기에 해당 채권의 가산 금리가 축소되며 성과가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이미 좁혀진 상황이지만 미국의 경기 상황이 양호하고, 스프레드 전저점 2.2% 대비 높은 수준에서 아직 축소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경제 여건 차이로 기준금리 동결이 유지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단기 금리 역시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단기 채권은 듀레이션이 짧아 동일한 폭의 금리 인상이라고 해도 장기 채권에 비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격 하락 부담이 작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