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요동… 개미 '울리고 웃긴' 반기문

2017-02-02 16:34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관련 테마주가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 지사,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테마주는 크게 뛰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12개 종목 주가가 가격제한폭(30%)까지 하락했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동양물산, 한창, 지엔코, 보성파워텍, 광림, 성문전자, 성문전자(우), 케이씨피드, 파인디앤씨, 와이비엠넷, 일야, 씨씨에스다.

케이탑리츠(-28.88%)와 큐로홀딩스(28.87%), 대성창투(-25.28%)도 20%대 낙폭을 보였고, 가까스로 하한가를 면했다.

전날 오후 3시 30분경 반기문 전 총장은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이 장 마감시간을 넘겨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반기문 테마주 46개는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줄줄이 하한가(-10%)를 기록했다.

증권사 매수·매도창구 상위에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정치 테마주 주가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특정 정치인과 학연, 혈연, 지연에 따라 들썩여왔다.

동양물산은 김희용 회장이 운정재단(김종필 기념) 이사로 역임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시에서 반기문 정치테마주로 분류됐다. 반 전 총장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창은 최승환 대표이사가 유엔 환경계획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성문전자는 신준섭 전무이사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엔코는 반 전 총장 외조카가 대표이사를, 광림은 반 전 총장 동생 반기호씨가 사외이사를 맡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광림은 전날 오후 5시경 반기호씨가 사외이사 자리에서 퇴임했다고 공시해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주가를 방어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케이탑리츠는 투자자 중 한명인 반채운 AJ네트웍스 대표가 반 전 총장 친조카라고 알려지며 테마주로 묶였다. 하지만 정작 회사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해당 정치인과 기업이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떻게든 연관성을 찾아 주가 상승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갔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다른 대선주자 관련주는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는 국일신동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국일신동은 회사 대표가 황 권한대행과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묶였다.

충남 서천에 특수사료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된 대주산업도 이날 24.48% 올랐다.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신정보통신은 27.04% 상승했다. 대신정보통신은 대표이사가 유 의원이 박사 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것이 전해지며 증시에서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됐다.

반면 문재인 테마주로 묶인 DSR제강(-12.54%), DSR(-12.24%), 우리들제약(-3.98%), 바른손(-6.93)은 이날 하락 마감했다. 정치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 전 총장 사퇴로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정치 테마주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시장감시테스크포스도 가동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정치테마주를 꾸준히 감시하고 있다"며 "이상 현상이 발견되면 모든 부서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