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조원 규모 삼성 금융계열사도 '올스톱'

2017-02-01 18:58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삼성그룹 인사가 늦어지면서 총 자산 363조원 규모의 금융계열사 움직임도 올스톱됐다.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인사 영향권에 속한 상당수 임직원은 새해가 시작됐지만 업무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시장 격변기에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시장 주도권을 빼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올 1분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그룹 인사가 상반기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특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데다 올해 조직개편은 특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1분기 안에는 힘들고 적어도 상반기가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현재 보험·카드·증권·자산운용 등 각 부문에서 5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241조6772억원으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화재(67조7620억원), 삼성증권(31조9916억원), 삼성카드(20조2188억원), 삼성자산운용(4247억원) 등도 각각 업계 1위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총액만 약 362조743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의 사장단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모두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됐고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등 중간지주사 전환 밑작업을 해온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적쇄신도 예고됐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사장단 및 임원, 실무자급 인사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인사가 무기한 연기되자 직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금융사의 경우 연초에 국내외 투자계획과 신사업, 해외 M&A 등 굵직한 사안을 결정해야 하는데 인사공백으로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 계열사 한 임원은 "직원들에게 흔들림 없이 일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당장 1개월 앞 본인의 운명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수선한 상황이 기약도 없이 지속되다보니 일상 업무 외에 신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계열사 임원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인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말이 오갔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다"며 "하루빨리 인사가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가치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초에 영업이 몰리는 보험·카드 등 금융권 특성상 당장 1~2개월의 매출 격차가 한해 실적의 직격탄이 될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1~2개월 영업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인사 지연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면서 내부에서는 위기론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으로 외풍이 거세 내부 단결과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급격한 물갈이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조직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