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개헌추진협의체' 구성 제안…"촛불민심, 변질된 면 있어"
2017-01-31 16:0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31일 "대의에 동의하시는 모든 정당, 정파의 대표들로 개헌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촛불 민심에 대해서는 "변질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마포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을 고쳐서 승자가 독식하고 승자가 제왕적 권력을 독식하는 현행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 같은 제의를 밝혔다.
대선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과 유력 대권 주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것은 의지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라는 (이름의) 뒤에 숨은 이러한 패권 추구 욕망을 더이상 감추게 해선 안 된다"면서 "이젠 행동이 필요하다, 대선 전에 꼭 개헌해야 한다는 정당과 정파의 대표들이 모여 실현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국회 내에 설치된 개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추진위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반 전 총장은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위해 "각 당의 정치지도자들도 시간이 나는대로 만날 생각이 있다"면서 "누군가 움직이지 않으면 동력이 안 생긴다, 제가 동력을 좀 집어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선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고, 개헌안이 준비되면 대선을 하면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앞서 그가 만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등도 이 같은 자신의 뜻에 모두 공감했다고도 전했다.
개헌을 추지하기에 지지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개 사안"이라며 "지지율은 많이 변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하는 데 따라서 국민들의 지지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촛불민심을 파악한 후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지나면서 보니까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된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요구하는 구호가 좀 다르다, 제가 가보지 않았지만 티비(TV) 화면을 볼 때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서 "그런 면은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터넷 언론과 한 인터뷰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직무정지가 돼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한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개헌 주장과 관련해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다"면서 창당, 혹은 기존정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결단을 내리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