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2019년 붕괴론’ 위기 확산···한·일 무너지고 중국만 생존?

2017-01-22 17:12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송종호 기자 = 최악의 위기에 빠진 글로벌 조선산업이 오는 2019년 한국과 일본 등이 현 지위를 상실하고 중국만 유일하게 생존할 것이라는 ‘2019년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다.

수주잔량 기준 한·중·일 3국의 조선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은 무려 82%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 수주절벽의 영향으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은 이를 조선산업을 독점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 쇠퇴속도 가장 빨라… 일본도 우려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포트와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초 기준 선박 수주잔량은 한국이 471척·1988만8969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국은 1610척·3049만2250CGT, 일본 835척·2006만5086CGT였다.

작년 말 기준 3국의 선박 인도량은 한국이 1220만6465CGT, 중국은 1104만2574CGT, 일본 702만2157CGT인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남은 일감은 한국은 1년 반, 중국과 일본은 약 3년 치다. 

올해 한국의 선박 인도량은 중국과 일본보다 많을 전망이다. 이는 올해 수주량이 전무 또는 기대 이하로 저조하다면 빠르면 2018년 말, 늦어도 2019년부터는 생산 시설의 대부분이 폐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먼저 퇴출의 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본선박수출조합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6년 수출선박 계약 실적은 총톤수(GT) 기준으로 전년보다 83.3% 줄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척수 기준 수주량은 8척에 그쳐 전년 같은 달의 63척에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실적은 24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일본은 이미 ‘2014년 위기론’이 업계를 뒤덮은 적이 있으나 아베 신조 총리가 재취임한 뒤인 2013년부터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의 순풍에 더해 2016년 시작된 선박 환경규제 시행 전의 특수 수요도 겹쳐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엔저 훈풍이 사라진데다가 수주 가뭄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2년 정도 작업할 잔여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2019년에 도크가 비어버리게 되는 조선소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진격의 중국, “산업 독점에 박차”
반면 중국은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부와 함께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일 발표한 ‘선박공업 구조조정 심화 및 전환 업그레이드 가속을 위한 액션플랜’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조선강국과 해양공정 설비 제조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계획에 따르면 중국 조선산업은 2020년까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건조량 기준)을 45% 이상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 절반 수준인 상위 10대 조선 기업의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자국 해운사들에게 선박 발주를 자국 조선사에 하도록 유도하면서 강력한 금융 지원을 통해 수출 선박 발주 시장도 점유해 나가고 있다. 경쟁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퇴출시킨다면, 글로벌 조선산업은 사실상 중국의 손에 넘어가게 되 ‘승자독식’을 거둘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일한 대규모 인력 투입산업인 조선산업 패권이 중국에 넘어가면 해운·플랜트·기계 등 연관산업 모두 중국에 종속되는 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019년 이후 국가 제조업은 사실상 무너지고 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