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박근혜 대통령 정조준
2017-01-22 14:08
특검·헌재 탄핵심판 '중대한 헌법 위반'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일명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동시에 구속시킨 것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블랙리스트 지시 배후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지원을 빌미로 문화계 인사들을 통제하려고 한 문서인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특검 수사에 따른 형사처벌은 물론 탄핵심판까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방조했다면 헌법이 보장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헌법위반'을 저지른 셈이 된다. 이럴 경우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대통령 측은 측근들의 줄구속과 빨라지는 ‘탄핵시계’에 강공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특검팀 관계자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수사팀과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처음으로 직접 해명한 뒤 3주간 침묵을 지키던 박 대통령이 적극 대응으로 기조를 바꾼 것은 갈수록 나빠지는 여론에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언급한 박 대통령의 '차명폰'이 언론과 야당에서 '대포폰'으로 바뀌어 이미지를 더 악화시키는 문제 등을 심각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여론이 더 악화되는 속에서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에서 더 밀리다가는 손도 못 쓰고 조기 탄핵의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지난 1일과 같은 직접 해명이 특검, 헌재 재판관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을 염려해 당초 이날로 예상됐던 기자회견 또는 간담회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측은 '늦어도 2월 초'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겠다는 수사 일정을 공개한 특검에는 더욱더 강공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이 금주 중 청와대 압수수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과 청와대, 박 대통령 측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특검팀은 '비선 실세' 최씨의 국정농단,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외에도 의료법 위반 정황과 관련된 '세월호 7시간 의혹',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직무유기·직권남용 의혹,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등 청와대가 연루된 광범위한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관저, 의무실, 경호처, 민정수석실, 비서실장실, 정무수석실, 청와대 문서가 저장된 전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헌정사상 수사기관이 청와대 내부에 진입해 자료를 확보하는 압수수색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고 군사기밀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특검팀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