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2017 트럼프 딜레마와 차기 한국 대통령의 역할
2017-01-19 10:00
새해 1월도 이미 절반이 지나고, 1월 20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으로 전개될 미국의 새로운 아태정책은 동북아 국제정세의 커다란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2016년과 2017년의 동북아 국제정세에 대한 주요 사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 동북아 5대 핫 이슈
2016년 동북아에는 어떤 핫 이슈들이 있었을까? 필자는 나름대로 5대 핫 이슈를 선별했다. 첫째, 북한의 핵실험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에 이어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제4차 핵실험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지만 시기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시점이었고, 제5차 핵실험의 경우에는 전 세계의 의표를 찌른 충격적인 일이었다. 통상 약 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실시되었던 핵실험을 불과 8개월만에 시도한 점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과 한국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둘째,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다. 유엔 안보리는 제4차 북한 핵실험 56일만인 3월 2일 유엔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2270호 대북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비록 7월 8일 한미의 사드시스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있었지만,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제5차 핵실험 82일만인 11월 30일 제2270호보다 더욱 강화된 제2321호 대북제재안을 역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셋째, 한미 사드시스템 배치이다. 7월 8일 한미는 한국에 사드시스템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한미의 사드배치 결정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였고, 특히 중국은 9월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전까지 약 두달여동안 한국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전면적인 언론전을 펼쳤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잠시 주춤했던 중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반응은 각종 경제 보복을 거론하며 현재까지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넷째,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이다. 11월 8일,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은 동북아 국제정세에 결정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강대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웃사이더이자 선거전 내내 대북문제, 한미동맹, 미일동맹 및 대중국 문제에 대해 강력한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동북아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다섯째,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 통과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12월 9일 국회에서 234표로 압도적으로 통과되었다. 당일 헌법재판소로 이관된 대통령 탄핵안은 헌재에서 헌법 위반에 대한 심리를 진행중에 있다. 동시에 특검에서도 대통령의 법률 위반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국정마비를 막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고 있지만, 국내정치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과 개헌 찬반 여부 등으로 국론은 분열되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은 촛불집회와 태극집회로 대표되는 집단적인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위에서 거론한 2016년 5대 핫 이슈는 2017년의 동북아 국제정세에도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불가한 것만이 확실한 예측이라고 공론화된 ‘트럼프 딜레마’가 2017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 동북아 5대 주목 사항
트럼프 신임 미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아태정책에 있어서 매우 강경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행정부에 인선된 후보자들이 대부분 강경파로 구성되고 있고, 특히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정책 전개는 이미 예고된 바가 있다.
필자는 5가지 측면에서 올해 동북아 국제정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 트럼프의 새로운 아태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靜)적인’ 아태정책과는 달리 트럼프는 ‘동(動)적인’ 아태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간의 국제관계에 있어서 힘의 논리를 주장하는 ‘현실주의’적인 시각으로 하드파워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태정책으로 동북아 국제정세는 끊임없는 긴장과 충돌 국면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전략적 인내’나 ‘소프트파워’를 강조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주의’적 시각에 익숙했던 동북아 국제정세는 이제 ‘예측불능’이라는 대 변혁의 시대와 ‘하드파워’라는 ‘현실주의’적 시각에 적응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와 푸틴의 협력은 이미 예고편을 넘어 분명해졌다. 미러간의 갈등 요소였던 우크라이나나 중동의 시리아 문제들에 있어서 트럼프와 푸틴간의 빅딜은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암묵적으로 이미 교감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푸틴은 트럼프에게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 트럼프에게 협력해야 하고, 그 대상은 중국과 북한문제에 있어서 미국에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올해안에 완수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즉시 반발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이미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른바 김정은과 ‘햄버거 파티’를 예고했던 트럼프의 이중적인 예측불가적 태도와 다소 즉흥적(?)인 언행은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성도 내포했다는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넷째, 트럼프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했던 힐러리보다는 예측불가한 트럼프를 선호했던 중국의 입장은 이미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가장 트럼프를 반겼던 것은 중국이었지만, 중국의 트럼프에 대한 기대와 환호는 충격과 허탈로 바뀌었다. 트럼프와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의 전화 통화에 이은 차이잉원의 방미에 대한 중국의 트럼프에 대한 실망과 허탈감은 상당하다. 게다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 미국이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타오르는 불꽃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미중간의 강대강 충돌은 트럼프 집권 초기인 올해 내내 정치 경제 외교 및 안보 분야 전반에서 이슈별로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트럼프와 차기 한국정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우선 한국의 탄핵 정국 결말과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차기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간에 향후 어떤 협력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한 한미간의 협약이 동북아 안보와 특히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차기 한국대통령, 트럼프 딜레마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이미 극도의 긴장감에 빠진 북한과 중국, 다소 긴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비교적 여유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동북아 6개국의 현격한 입장 차이는 그만큼 트럼프 당선자의 영향력을 대변한다.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 확립에 있어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온건성과는 달리 강력한 카리스마와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트럼프의 리더쉽이 특히 예측불가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와 자칫 잘못된 협력관계 설정을 할 경우 어느 국가도 치명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자면, 한국의 입장에서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쉽게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북핵문제의 해결 뿐만이 아니라, 한중간의 사드 갈등 해소, 한일간의 위안부문제와 과거사 및 영토문제, 한러간의 경제 및 외교 안보협력 등에 있어서도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보다 더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한국은 혼란한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예측불가의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이나 갈등없이 보조를 맞추고 특히 미국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