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SWOT 분석 ②]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2017-01-16 19:28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계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정계개편론의 핵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서 대선 레이스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아주경제'는 2017년 대선을 향해 뛰는 여야 차기 주자들의 강점(strength)과 기회(opportunity), 약점(weakness)과 위험(threat) 요인을 분석한다. '대선 춘추전국' 시대에서 강점과 기회를 살리고 약점과 위험을 넘어 승기를 잡을 후보는 누구일까. 문 전 대표를 시작으로 반 전 총장, 이재명 성남 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순으로 대선 주자 10명의 SWOT 분석을 싣는다. <편집자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 지난해부터 그에게 붙은 수식어다. 10년간 한국에서 떨어져 살았음에도, 풍부한 국제적 경험과 외교 감각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바탕이 됐다.
지난 12일 오후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얘기다. 나흘째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를 향해, 예상보다는 정치적 감각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현안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는 점, 가족 문제 등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반 전 총장은 16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조선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전날 경기도 평택의 제2함대와 천안함 기념관에 들렀던 그는 17일 봉하마을과 팽목항, 18일 광주 5.18 국립묘지, 19일 대전 현충원 등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73세의 고령의 나이에, 10시간이 넘는 비행 후 고국에 돌아왔는데도 쉬지 않고 전국 각지를 도는 강행군이다.
반 전 총장의 최대 강점은 현재의 '이미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무난히 유엔 사무총장을 10년간 지냈다는 안정감과 경륜이 최대의 강점"이라고 꼽았다.
여기에 야권을 압도할 여권의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도 반 총장으로서는 '기회'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은 모두 지지율 한 자릿 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인사가 바로 반 전 총장이다.
황 평론가는 "정치적 경험 부족은 약점일 것이라고 생각됐는데 막상 귀국 후 지금까지 보여주는 행보를 보면, 기성 정치인들을 뺨칠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약점은 '낡은' 정치행보·부족한 조직적 기반…도덕성 문제는 '위협적 변수'
그런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현재 보이는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기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인사들과의 연대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귀국 후 행보를 보면 이미지에 의존하는 옛날식 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막상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비전이나 정책, 정치적 능력은 대단히 취약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추후 검증 과정에서 지지율이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또한 전화통화에서 "관료 출신인데다 주류지향적 삶 속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정치 조직적 기반이나 사회적 기반이 없는 것이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으로 차별성을 확보한 이후 친서민 행보를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면서 "정치교체를 얘기했는데 지금 보여지는 모습은 그런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지기반이 부족한만큼 기존 정치권과의 연대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이미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창당을 추진중인 바른정당을 비롯해 국민의당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황 평론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등 안보, 개성공단 문제 등에서 얼마나 조율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정체성의 문제를 들어 연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아예 "보수진영의 대표적 인사가 될 수 없게끔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제약을 가하고 가둬두려고 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전술이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 자신이나 귀국 직전 터져나온 가족들의 도덕성 문제도 안정적 대권 가도를 위협하는 변수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가 뇌물죄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상태다. 아들 우현 씨에 대한 SK텔레콤의 취업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은 정면 대응을 예고하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며 근거없는 의혹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의혹에 발목을 잡히기 전에 명확한 해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