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공실] [르포] 삼성화재 빌딩 절반이 텅텅…5월엔 삼성생명 빌딩도 50%↑

2017-01-15 11:00
여의도권, LG계열사 이전에 공실률 상승 우려
준공 앞둔 미래에셋빌딩 임차 확정 업체 전무

서울 여의도 K-타워 빌딩(구 미래에셋빌딩·왼쪽) 모습. 올 상반기 준공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입주 확정기업을 찾지 못했다.[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해 도심권에는 신규 오피스 공급이 많아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그렇다보니 임차수요를 유인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오피스가 늘고 있다.”(사무용 부동산 정보업체 알스퀘어 관계자)

“최근 여의도 내 오피스빌딩 입주를 묻는 사람은 적은데 공급은 지속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공실률이 크게 높지 않지만, 올 하반기부터가 걱정이다.”(서울 여의도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13일 저녁 중구 옛 삼성생명 본관 빌딩을 찾았다. 주말이 본격화하기 전인 금요일 초저녁 건물 내부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모든 사무실은 거의 불빛이 꺼져 있었다. 인근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 A씨는 “삼성생명이 서초사옥으로 이전하고 나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영이 지난해 이 건물을 5717억원에 매입하면서 입주 기업들이 속속 삼성타운으로 이주하고 있다. 이 사옥은 지하 5층~지상 25층 연면적 8만7529㎡ 규모다. 삼성 계열사들이 떠난 자리를 새 임차인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건물 공실률은 현재 29%다. 오는 5월 입주기업이 임대 만료가 되면 공실률이 51%까지 오를 전망이다.

태평로 본관의 경우 3.3㎡당 임대료가 10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도심권 평균 임대료가 9만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같은 프라임 건물은 도심권에서 입지가 좋고 인지도도 있어 시세대비 임대료가 높은 수준”이라며 “렌트프리를 2개월 가량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도 옛 을지로 사옥을 부영에 매각하고 서초사옥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현재 공실률은 55%로 절반이 비어있다.

여기에 LG가 계열사 이전 목표로 2990억원에 사들인 LG서울역빌딩(옛 STX남산타워)으로 오는 2월 LG이노텍과 LG전자 국내영업본부가 이주할 예정이라 기존 임차건물인 중구 서울스퀘어에도 상당한 공실이 발생하게 된다.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도심권 오피스 공실률은 11.4%로 △태평로·세종로·신문로·종로 12.4% △을지로·청계천·남대문로 12.9% △기타 9.2%를 기록했다.

유명한 파트장은 “재건축·증축 공사 완료 등에 따른 임차인 이동으로 기존 재고빌딩 중심으로 공실 증가 예상된다”면서 “프라임 빌딩 간 임차수요 유인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과 효과적 임대 마케팅 노력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권 역시 오피스빌딩 시장 상황이 먹구름이긴 마찬가지다. K-타워(구 미래에셋빌딩)가 올 상반기 완공되는 데다,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K-타워는 지하 5층~지상 14층, 연면적 약 4만6500㎡ 규모다. 올해 여의도 오피스빌딩 총 예상 공급량(연면적 기준)인 7만2900㎡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당장 내달 준공을 앞뒀으나, 아직까지 입주할 기업은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신규 오피스빌딩 입주에 대한 관심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증권 등이 K-타워로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아직 100% 확정된 부분은 없다”며 “여전히 모든 층을 대상으로 임차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엔에이아이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지난해 여의도권(YBD)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1분기 9.1%에서 4분기 8.8%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는 0.7~1.0%포인트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FC 빌딩의 공실이 60%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K-타워와 Nice1사옥(2만6400㎡), 2018년 하반기 교직원공제회 신사옥(8만3381㎡), 2020년 파크원(39만1067㎡) 등이 줄줄이 세워질 전망이라 공실률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같은 과잉공급과 함께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기업이 많은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말 미래에셋대우 본사 대부분 부서가 짐을 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센터원빌딩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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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경련 빌딩과 IFC 빌딩에 입주 중인 LG그룹 계열사들도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준공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여의도를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여의도를 떠나는 기업이 많아 오피스 임대차 시장이 당분간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할 전망인데 신규 공급까지 많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실률 상승 및 임대료 약보합세가 예상된다. 금리인상과 경기 회복지연 등에 따라 거래시장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찾은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 빌딩 전경. 대부분의 사무실 불이 꺼져 있었다. [사진=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