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2.8%→2.5% 낮춰… "내수 회복세 둔화"
2017-01-13 12:13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1.9%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이 완화됐으나 내수의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이같이 수정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매년 1월 진행되는 경제성장률 발표에서 2%대를 전망한 것은 2013년(2.8%)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0.4%포인트나 내려잡았다. 정부가 2%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불안감이 커진 대내외 여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0월 전망 이후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변했다"다며 "외부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 강세, 미 연준 금리인상 기대효과 등이 바뀌었고, 국내에서도 경기 외적인 상황 변화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에 둘러쌓인 모습이다. 국내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대내적으로 수출이 다소 개선됐지만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건설투자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금리인상,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대외 위험 요인도 산적해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가계의 소비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은이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4월(94.2)과 같은 수준으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은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68로 전분기(86)보다 18포인트나 낮아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1~75포인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와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2.2%, 2.1%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3%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