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트럼프 만나 중·일 공세 돌파할까
2017-01-09 16:21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면서 중국과 일본의 외교공세로 우리의 외교·안보 지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한미동맹 지렛대로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황 권한대행 측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축전에 취임 축하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축전을 보내는 것은 관례에 따른 것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 축전보다는 내용이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축전에는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동맹 발전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대미외교 강화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다양한 외교·안보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어 정부의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8일 방미했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출국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취임한 후 조기에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 차원의 별도 특사를 보내는 방안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관례나 미국 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황 권한대행이 대미외교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미동맹이 우리나라 외교의 중심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중요시하는 미국은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부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한 일본의 조치 계획에 대해 상황 악화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나아가 황 권한대행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갈등을 관리하는 노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불가피한 자위권적 조치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란 의미다.
이 과정에서 황 권한대행이 한중일 3국 채널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올해 의장국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될 경우 황 권한대행이 정상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사드와 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탄핵 정국과 맞물린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이슈로 부각되는 측면도 큰 만큼 황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