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퇴출] 늘어가는 한계기업, 한국경제 좀먹는다

2017-01-08 15:30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도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한국경제를 좀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 한계기업 퇴출 등 기업 구조조정이 필수적 과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계기업 비중 확대와 생산성 둔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10년대 들어 생산성 위기국면에 직면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등 다양한 생산요소들에 의해서 산출되는 가치를 측정하는 개념으로 경제 전체의 혁신과 효율성을 나타낸다.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대 전·후반에 비해 둔화된 1.0%로 떨어지며 경제성장률도 2.9%로 낮아졌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2.53%, 2013년 2.69%로 증가했지만 2012년과 2014년에는 각각 -1.13%, -0.11%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0.86%에 머물렀다.

KIET는 이 같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의 원인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을 꼽았다. 우후죽순 늘어난 한계기업이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를 밑도는 기업을 말한다.

KIET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9.4%에서 2015년 12.7%로 불과 4년 사이에 3.4%포인트나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내 한계기업의 비중이 같은 기간 5.4%에서 8.9%로 증가했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8.7%, 14.1%에서 11.3%, 17.1%로 늘었다. 한계기업이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서비스업종으로 절반이 넘는 56.0%(2015년 기준)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을 41개로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32개 업종에서 한계기업의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담배, 농림어업, 인쇄 등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상당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우리나라 총요소생산성은 0.23%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1년 대비 2015년의 경우 전산업 가중 한계기업 비중이 연평균 0.60%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총요소생산성을 연평균 0.14%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처럼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국내 산업이 성장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방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최근 보고서에서도 과거 우리나라의 두 차례 구조개혁을 성공사례로 제시하면서 구조조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IMF에 따르면 1980년대 초에 이뤄진 우리나라 첫 번째 구조개혁으로 향후 10년간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3.6%로 확대됐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추진된 두 번째 구조개혁 역시 2000~2008년 기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다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는 과거 경험이나 최근 자료에 의한 실증분석 결과가 보여주듯이 우리 경제의 혁신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성장회복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은 필수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KIET 관계자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자원배분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과감히 퇴출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치 불안정 등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완화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