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롯데월드타워 107층에서 화재가 난다면?...모의 대피훈련 가보니

2017-01-04 18:53
"피난안전구역 미흡…급격히 올라가는 실내 온도 대응책도 필요"

▲롯데월드타워 107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상황을 기록하며 지휘, 통제하고 있다.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롯데월드타워 소방재난 대응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 피난용 승강기를 이용해 지상까지 대피했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잘 갖춰져 혼란없이 안전하게 지상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승강기가 왕복 3분이 걸려 매우 빨리 운행되는 것은 좋았지만 사람들이 많다보니 승강기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한 마음은 어쩔수 없었다."(경기도 부천에서 온 40대 주부)

4일 오후 3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107층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실제 사고를 방불케했던 현장은 일사천리로 재난본부가 꾸려지면서 시민들의 대피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올해 초 공식적으로 개장할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이날 서울시와 송파 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 시민 3000여 명 등 총 3700여 명이 참석한 '롯데월드타워 민·관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실시됐다.

국내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소방재난 대응훈련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모두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싼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자 먼저 롯데 측의 자위소방대가 등장하며 화재 진압에 힘썼다. 이어 10분이 지나 송파구 119소방차와 응급차 등 차량 50여대가 등장했다. 건물 외부에서는 송파구 긴급구조 통제단이 꾸려졌고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도 설치돼 지휘를 통제했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현장응급의료소도 마련됐다.

건물 내부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107층과 상부 4개 층의 인원을 우선 대피시킨 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층의 인원을 대피시키는 '단계적 피난훈련'이 이뤄졌다. 이어 노약자·장애인 등 자력대피가 힘든 피난약자들을 소방관이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직접 피난시키는 '부분적 피난훈련'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들은 피난안전구역으로 이동해 피난용 승강기를 타거나 피난용 계단으로 지상으로 내려갔다.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된 61대의 승강기 중 19대의 승강기는 즉시 피난용으로 전환 운영되며 피난용 승강기는 화재 발생 시 연기유입을 차단하는 가압 제연설비가 적용돼 있다. 승강기 한 대에는 24∼27명이 탑승 가능하다. 

지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한 시민들은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대피소로 이동했고 이 가운데 부상을 당한 시민들은 외부와 지상층, 각 피난계단 5층마다 대기하고 있는 구급대원 등의 응급처치를 받고 현장응급의료소로 옮겨졌다.

구조가 한창 진행되자 소방 헬기 2대도 동원돼 소방재난 대응에 힘을 가했다. 소방차 진입도 원활히 이뤄지면서 혼란은 없었다. 모든 대피 과정은 62분 간 이뤄졌고 모든 시민을 구출하고 화재를 진압하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소방재난 대피훈련이 이뤄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피난용 승강기를 기다리는 동안 대피할 수 있는 안전한 구역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한 공간에 많은 시민들이 밀집돼 있다보니 실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 점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에는 벙커와 같은 기능을 하는 피난안전구역이 20층마다 총 5개소가 설치돼 있다. 

이제원 서울시 제2부시장은 "국내 초고층 건물에 대한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처음 실시되는 만큼 그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 건립될 초고층 건물의 매뉴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일 실시된 롯데월드타워 민관합동 재난훈련에 참가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