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결혼은 미친 짓(?)이다

2017-01-08 10:00

[김태균 경제부장]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표시한 전국 출산지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루만에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 또 2025년에는 AI(인공지능)나 로봇이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일자리 중 61.3%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두가지 사례는 이율배반적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온갖 해괴한 정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4차 혁명’이 진행되며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수보다 사라지는 일자리수가 훨씬 많아진다.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경제활성화를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율 문제부터 보자.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저출산, 초고령화사회의 위험성을 말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청년층이 사라질 것이라고 것이다.

실제 2018년이면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2030년에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초고령화사회는 인구 대비 20%이상의 인구가 노인으로 구성된 사회다. 청년층의 취업과 결혼, 출산문제가 심각하게 맞물리며 벌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30을 밑도는 상태가 15년간 계속되고 있다. 출산율이 1.30명이 안되면 초저출산국으로 부른다. 이 상태로 가면 2100년에는 현재 5100만명인 인구가 2000만~2300만명으로 줄어든다. 규모가 적은 국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2000년에 발표한 이만교의 소설을 영화화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당시 젊은 세대의 변화된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됐다. 남녀 주인공은 결혼을 물질적인 거래 정도로만 여기고, 결혼은 상투화된 틀로만 여긴다. 결혼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던 당시 사회분위기에서 이 작품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의 30.3%가 '결혼은 사치'라고 말했다. 이중 44.7%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말은 ‘사랑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까봐) 결혼하지 않는다’로 바뀐지 오래다.

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구성해 공공주택 임대우선, 국공립유치원우선권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에 불과하다.

특히 저출산 대책 예산이 29조원에 이른다고 자랑하지만, GDP의 2.1% 수준 밖에 안된다. 프랑스는 GDP의 3.98%가 저출산 대책 예산이다. 저출산 대책이 성공한 나라인 스웨덴은 3.75%, 영국은 4.22%에 이른다.

젊은 세대들은 육아 및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내집마련,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성으로 소위 ‘삼포세대’,‘오포세대’,‘칠포세대’를 외치는 상황에서 어떤 대책도 무의미하다.

결국 ‘잘먹고 잘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출산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젊은 층인 ‘사토리(달관)세대’가 일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커진지 오래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불황기에 태어나 소비를 최소화하고 절약을 습관화하는 행동이 굳어졌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는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혼도 사치'라는 말은 소비욕구 침체로 인한 결과다. 돈을 쓰기 싫어 결혼을 꺼리기 때문에 일본의 출산율도 비상이다. 우리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출산율 부족과 사라지는 일자리. 이 상반된 명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어 보인다. 출산율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동력과 생산성 문제로 국한시키기 때문이다. 

교육제도 및 고용제도, 각종 육아지원 등 복지문제, 주택문제 등 총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제대로 잘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선행된 후,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세상은 바야흐로 '자본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