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9분 만에 종료… 특검, 정유라 재판청구 땐 송환 지연

2017-01-03 18:37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번째 변론이 당사자 불출석으로 별다른 공방 없이 9분만에 종료됐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송환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3일 오후 2시 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1차 변론을 열고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변론을 오는 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소추 의결서에 기재된 사실관계를 부정하며 '장외전'을 펼쳤으나, 이날 심판정에는 불출석했다.

박 소장은 심리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 "헌재는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깊이를 인식하고 있다"면서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국정 공백을 초래하는 위기 상황임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재는 이 사건을 대공지정('아주 공정하고 지극히 바르다'는 뜻)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여 심리하겠다"며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 모두 유의하여 증거조사 등 사안 실체 파악 위한 심판 절차에 적극 협력해줄 것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헌재는 5일 다시 변론기일을 열기로 하고, 2차 변론기일에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헌재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 없이 심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변론기일에는 박 소장과 주심인 강일원 헌재 재판관을 비롯해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에서는 단장인 권성동 의원과 박주민, 손금주, 이춘석 의원이 나왔으며,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에서는 총괄팀장인 황정근 변호사와 신미용, 문상식, 이금규, 최규진, 김현수, 이용구, 전종민, 임종욱, 최지혜, 탁경국 등 변호사 11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서는 이중환 변호사를 포함해 전병관, 배진혁, 서석구, 손범규, 서성건, 이상용, 채명성, 정장현 등 변호사 9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범죄인 인도 청구로 정씨의 소환 절차를 밟을 때 정유라씨가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 소환 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이어 "정씨가 자진 귀국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덴마크 법원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씨의 여권이 오는 10일께 무효화될 경우 덴마크가 강제추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범죄인 인도요청을 위한 준비단계로 정씨의 확실한 신병확보를 위해 덴마크 당국에 긴급인도구속 요청을 했고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씨에 대한 심리를 벌여 구금 기간을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로 4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조만간 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을 할 예정이다. 다만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경우 국내 송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범죄인 인도에 대한 유럽협약'에 따라 덴마크 사법당국에 인도요청을 할 경우 덴마크 사법당국은 재판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면 절차에 따라 정씨가 국내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씨가 송환 결정 재판에 불복 절차를 밟을 경우 강제송환이 지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