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금융·공공 4대 개혁 부문별로 보니...'F' 학점
2017-01-03 15:48
4대 구조개혁, 박근혜 탄핵 정국 맞아 퇴색돼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 됐다.
노동·교육·금융·공공 4대부문 개혁은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제공받고, 노력한 대가로 보상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고, 소득 격차에 따른 양극화는 심화됐다. ‘노력을 해도 안 돼’라는 무기력감과 ‘내가 이러려고 했나’란 자괴감이 온 사회에 바이러스처럼 퍼졌다.
▲노동개혁=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시장내 신분 계급제는 더 공고화됐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지 못한 결과다.
실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 수준을 100%로 볼 때 비정규직의 임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60%였다. 이후 2009년에는 54.6%, 지난해 53.5% 등 하락세가 이어지며 정규직과의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4법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선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 야당 측과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개혁= 소위 ‘빽’이나 돈이 있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게 됐다. 국제화고,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이 일류대학을 가는 구조도 고착화됐다.
교육개혁의 핵심인 대학 구조조정은 빛을 바랬다. 교육부가 추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 부정입학 의혹이 터지며 흐지부지 됐다. 이 사업에 선정된 이화여대는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일자리 맞춤형 인재를 키우겠다고 추진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과 인문학 고사를 막기 위해 시작한 대학인문역량 강화 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대학평가에서 취업을 강조하고, 취업자 수가 많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면서 대학은 취업훈련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개혁= 금융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를 둘로 나눠 버렸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지만, 노조측 반발이 커 시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기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팀장급 이상만 적용된 성과연봉제를 내년부터 4급 이상 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금융감독원도 노조 반대에 막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영업을 앞둔 상황이지만, 아직 은산분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 대신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역할을 떠맡게 될 수도 있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도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엇박자를 내면서 2년 연속 국회에 계류됐다.
▲공공개혁= 공공기관은 여전히 시장독점적 성격이 강한 탓에 개혁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분야별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통폐합 등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보면 통폐합되는 기관은 기초전력연구원,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자원관, 호남권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5곳에 그쳤다.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공적인 역할이 미미한 기관이어서 통폐합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질적인 기관장 낙하산 문제도 여전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표한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총 401명 중 낙하산 인사가 107명(26.7%)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