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제약업계, 탈아시아 행보
2017-01-02 17:00
[글 싣는 순서]
(상)탈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를 잡아라
(중)탈IT…식품, 제약을 주목하라
(하)탈코리아…글로벌 인재를 키워라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식품·제약업계가 탈아시아를 본격 선언했다. 이들 업체는 기존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 집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제약사는 중남미 시장을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았다.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는 인구 고령화와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미·유럽 등 선진 의료 시장보다 임상 허가 비용이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
국내 제약사는 중남미 지역에 먼저 진출해 방대한 임상데이터를 축적하고 경쟁력을 갖춰 미국·유럽 등 의료선진국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이미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 중남미 24개국에 진출해 있다.
녹십자도 중남미 시장서 맹활약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남반구 독감백신 입찰에서 독감 백신을 260억여원에 계약했으며, 최근 브라질 정부와도 300억원가량의 혈액제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등을 페루·아르헨티나·콜롬비아에서 시판 중이다. 일양약품도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놀텍을 멕시코에 수출하면서 과테말라·코스타리카 등 10개국으로 수출 판로를 넓혀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주류업체는 아프리카 시장에 적극적이다. 높은 성장잠재력과 인구증가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아프리카 우간다 현지 유통업체와 업무협력을 맺고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프리카 소주시장 규모가 매년 50% 이상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심도 아프리카에 라면과 과자 등을 수출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관문인 가나를 비롯해 동아프리카 케냐, 유통 채널이 발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수출 주력 국가다. 수출 품목의 대부분은 신라면이다. 아프리카 라면시장 역시 기존 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케냐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했다.
빼빼로 수출을 추가하고, 동아프리카 최대 마트인 슈퍼체인나꾸마트에 이들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수출 품목을 칸쵸, 코알라마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사무소를 판매법인으로 전환하고, 이디오피아, 탄자니아, 르완다 등 주변 국가로 제품 공급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근 국가는 이미 국내외 업체들의 격전지나 다름 없다"며 "오히려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을 공략해 일찌감치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