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을 보내며] 다시 광화문광장으로...10차 촛불집회 송박영신
2016-12-31 20:05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인 31일, 여느때 같으면 가까운 서해를 찾아 해넘이를 할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올해는 '묵은 해' 대신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는 송박영신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해넘이를 한다.
11월 5일 2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9차 집회 때까지 주말이면 어김없이 광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던, 사람들에 대한 다가섬이 점차 동지애처럼 짙어갔고, 같은 구호를 외치며 추운 거리를 걸어가는 길이 순례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발걸음이 쌓일수록 의심이 신뢰가 되고 신념이 되는 시간으로 변했다.
광장에선 일반 시민이 나서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참석자들은 공감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시킨다.
광장에서 제기된 문제는 광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언론과 SNS를 통해 넓게 퍼지면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공감하는 사회적 이슈가 된다. 개인 SNS의 확산이 이슈를 선점하면서 언론이 따라가는 역진현상도 숱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언론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정권 퇴진'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지금의 잘못에 대한 공통적인 분노를 담아내는 기본그릇이 된다. 그 이름이 상징체계가 되어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촛불을 들어 구호를 따라하며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대열과 발걸음을 같이 한다.
촛불은 거리를 수놓으며 새로운 길을 열어나갔고, 시내가 모여 강이 되고, 강들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이 작은 촛불이 모여 거대한 촛불바다를 만들었다.
촛불민심이 만든 길을 통해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칭하고, 국회는 탄핵열차를 가동시켰다. 그 촛불의 길을 따라 잃어버렸던 세월호 참사의 진상도 낱낱히 규명되고, 그동안 쌓인 적폐청산의 제도화가 이뤄질 것이다.
거리에 나서 촛불을 들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들도 마음속에는 촛불 하나를 불태우고 있으리라.
2016년을 역사의 뒷편으로 보내면서 다시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촛불민심의 바다가 되었다.
'송구영신'이 아닌 '송박영신'를 바라는 촛불민심이 청와대로 서서히 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