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50개 학회, 1년 유예 가장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 촉구

2016-12-30 07:40
질 낮은 검정 교과서 양산 우려 국정화 정책 즉각 폐기 요구

지난 27일 서울 교보문고에서 한 고등학생이 한국사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역사학자들이 1년 유예를 가장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서양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등 역사학계 50개 학회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교육부는 1년 유예를 가장한 강행 조치를 당장 철회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며 “국회는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즉각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국회는 국민의 엄중한 요구를 무시하고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준식 교육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즉각 의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성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며 “국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국정교과서 폐지도 함께 요구했으며 그 결과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된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국민의 탄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도 높게 반대해왔다”며 “교육부의 방침은 그동안 줄기차게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를 요구해 온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교사, 시민단체, 국민들의 뜻을 완전히 묵살하는 처사이며, 이후 어떤 식으로라도 틈을 보아 국정제를 강행하겠다는 위장 조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우리는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에 예산 지원과 교사승진 가산점을 주면서까지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교육부의 ‘비교육적 발상’에 분노한다”며 “교육부는 2018학년도부터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혼용할 수 있도록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검정교과서 개발 절차를 1년에 마무리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혔는데 그렇게 되면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과 다를 바 없는 질 낮은 검정 교과서가 졸속으로 개발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더구나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로 건국절 논란에 휩싸인 2015년 역사 교육과정에 따라 검정 교과서를 개발하라고 하는 것은 검정 교과서를 ‘유사 국정 교과서’로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교과서 갈등’을 학교에 떠넘겨 교육현장의 극심한 분란을 조장하며, 검정 교과서의 졸속 부실 개발이 명백하게 예상되는데도 나 몰라라 하며 오로지 국정 강행만을 최고 목표로 삼고, ‘유사 국정교과서’의 제작을 요구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으며 이런 교육부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체하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