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 “신약개발로 1조 매출 목표…'제2 전성기' 도약”

2016-12-30 08:20
신약개발 만만찮은 비용 들지만 일정기간 보호 특허로 수익성 높아
자체개발한 놀텍‧슈펙트 앞세워 미국‧유럽‧중국 등으로 수출 확대
3번째 신약후보물질 연구도 한창

일양약품 김동연 대표[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일양약품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한때 자양강장제 ‘원비디’와 소화제 ‘노루모’로 전성기를 누렸던 일양약품은 이제 자체개발한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통해 탄탄한 기반을 갖추며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다.

이미 신약개발로 자신감을 무장한 일양약품의 시선은 해외로 돌려져있다. 20년간의 노력 끝에 2009년 출시한 국산 14호 신약 놀텍은 국내 시장에서의 높은 매출액 성장과 함께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에콰도르,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지역 시장에 대한 진입발판을 마련했고, 미국‧유럽‧중국에도 물질특허를 등록하는 등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세계 4번째이자 아시아 첫 번째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는 2016년 2월 1차 치료제로 판매가 시작된 이후 현재 비용효과성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중남미, 동남아, 유럽, 미국 등으로의 해외 수출이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일양약품은 슈펙트 단독생산을 위한 공장도 건설, 예비 생산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듯 신약개발부터 해외진출까지 일양약품의 거침없는 행보의 선두에는 김동연(66) 대표가 있다. 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40년간을 일양약품과 함께 해온 김 대표는 2008년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 일양약품의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해가고 있다.

그는 “1976년에 입사했을 때 일양약품은 원비디나 노루모를 통해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었지만, 의약분업 이후에는 전문의약품 중심의 회사들이 성장하고 드링크 중심의 회사는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전문약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이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양약품은 1986년부터 신물질 개발을 본격 추진하는 등 신약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체질 변화와 함께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개 신약을 출시하고 이제 3번째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약업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힌 신약개발 트렌드 속에서 확인되고 있는 신약개발에 대한 어려움은 일양약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첫 번째 신약인 놀텍은 1988년 처음으로 물질합성이 된 이후 2009년에 출시되기까지 총 20년이 소요됐으며, 1992년 과학기술부 선도기술 개발사업과 1998년 보건복지부 신약개발과제 선정 등의 국책지원으로 연구개발이 뤄졌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김동연 대표의 뚝심은 강했다. 김동연 대표는 “작은 회사가 신약개발을 한다고 하니 ‘말도 안된다’면서 비웃는 시선도 있었다. 그렇지만 신약개발 기술자이니만큼 다른 쪽보다는 신약개발에만 집중했는데, 수익을 남기는 것 없이 전부 투자했었다”면서 “그 결과 신약개발과 함께 미래 비전이 있는 회사로 평가될 만큼 성장했고, 지금은 주주나 정부로부터도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만 신약개발은 자금 부담이 적잖다.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도 고려해봤으나, 협상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아쉬움은 있다”면서 “잘 평가해서 가치가 높은 약이라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국내 기업 스스로가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마치 그에 대한 보상인 듯 신약 놀텍은 일양약품의 매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놀텍은 2015년에 매출액 17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250억원의 매출액 달성이 예고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슈펙트도 매출 기대주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판매 중인 기존 경젱제품에 비해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출시돼 미국혈액학회 등 학계로부터 주목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치료제 선택 시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간 새로 발생되는 300여명의 환자에게 처방될 경우 약 30억원의 재정절감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더해 일양약품은 해외 수출로 두 제품의 매출 성장세를 가속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이제 신약개발은 국내 시장만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과 차별화를 고려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놀텍과 슈펙트는 차별화를 통한 성장조건을 충분히 갖췄고, 이를 통해 매출 1조원 규모의 제약사로도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은 일정기간 특허가 보장되기 때문에 마진율이 좋다. 때문에 신약을 갖추고 나면 가파른 매출 성장 구조를 갖출 수 있고, 일양약품 역시 곧 매출구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약개발과 출시, 해외수출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양약품은 세 번째 신약후보물질인 ‘IY7640’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 여전히 틈새시장에서의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Y7640은 항바이러스 물질로 기존 타미플루와 작용기전이 달라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에도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으며,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가능성도 확인됐다.

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치료제 최종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을 통해 약효와 독성을 확인하고, 작용기전 규명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물질은 신종플루와 조류인플루엔자에도 효과를 보여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 이미 3가와 4가 독감백신을 판매 중인 일양약품은 경북바이오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뇌수막염 등 다양한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과 슈펙트 치료 성분을 활용한 파킨슨 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서면서 긍정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개발되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성공 가능성 역시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중으로는 이 물질들과 관련해 임상시험 진행이나 라이센스 아웃 등 긍정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이내로 1조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최근 제약업계의 신약개발을 향한 여러 시각에 대해서도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약산업도 빠른 성장이 요구되겠지만, 신약개발 과정 상 단계별로 성장할 수밖에 없고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작년 이후로 신약개발 성과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돌다리를 다 건너기도 전에 신약개발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제 곧 새해다. 현재는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신약개발을 통해 성장할 때가 됐다. 아직 사회가 신약개발의 묘미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은 크게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