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시너지] "금모으기 기적… 위대한 시민 경제회복 횃불을 들자"

2017-01-04 07:59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8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100m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행진을 하며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 2007년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만2547㎘ 규모가 흘러 나왔다. 당시 태안군과 서산시 양식장, 어장 등에 걸쳐 8000㏊ 가량이 원유에 오염됐다. 사상 초유의 기름 유출 재난이자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된다. 당시 피해 복구에서 가장 선두에 선 것은 정부나 사고 당사자도 아니었다. 바로 전국에서 모여든 130만 여명의 자원봉사자였다. 이들은 오염된 기름띠를 제거하려 태안으로 향했고, 사고 발생 2년 만에 태안국립공원의 해양 수질과 어종이 기름유출 이전과 유사 수준으로 회복됐다. 자발적으로 고통을 나눈 '봉사 DNA'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 1997년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웠다. 외환위기가 닥친 것이다. 국가의 외환 보유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그간 외국에서 빌렸던 돈을 갚지 못했다. 나라 빚이 총 1500억 달러가 넘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라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커졌다. 이때 국민들은 외채를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다. 장롱 속에 간직해 둔 반지, 목걸이 등 각종 금붙이를 나라에 팔려 시민들이 줄을 섰다. 금은 모든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로 역할했고, 이렇게 모인 외화가 IMF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발판이 됐다. 당시 지역·계층을 넘어 약 350만명의 동참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아졌다.

과거 우리국민들은 스스로가 나라의 위기를 기적으로 일궈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IMF 금모으기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봉착했다. 다시 기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국난을 극복하려는 민심이 밝은 촛불로 타오르고 있다. 최고조에 이른 갈등을 해소하려는 저력이 시민들의 암묵적 거센 들불로 번진 것이다.

사회갈등의 근저엔 권력이나 재화와 같은 정치경제적 요소를 비롯해 사회적 존재 가치 및 정체성 확보 등이 중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진단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사회통합은 기본적으로 화합적 인간관계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정책적 노력이 다원적 유연체제에 부응해 신(新)시민공동체 의식 발현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을 제안한다. 민주주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1000만 촛불'과 부합된다.

2002년 5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제17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4강 진출이란 신화를 달성했다. 특히나 세계 속의 한국을 깊이 각인시킨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길거리 응원은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고,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힘차게 비상했다. 월드컵이란 스포츠 경기를 치루면서 이룩한 국가 위상 및 자신감은 새로운 국가발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전문가들 역시 '최순실 게이트'를 사회전체에 불안정 및 위험 국면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가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을 제언한다.

국민정책연구원 오세정 원장은 "오늘의 상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체제를 가능케 한 1987년으로 되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의 30년 전인 그 당시에는 오랜 기간 군사독재에 억눌려왔던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쳤다.

국민들은 거수기가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지도자를 뽑겠다고 단호하게 외쳤다. 직선제를 요구한 외양과는 달리 그 목소리 너머엔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고단한 민생경제를 해결하라는 명령이 담겼다. 거대한 촛불의 파도가 돼 부패한 대통령을 밀어낸 오늘 현실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 원장은 "국민들은 단순히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우리사회의 작동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라고 명령한다"면서 "일상생활의 민주주의를 확대·강화하는 동시에 당장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