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건설사, 종합 디벨로퍼로 진화해야"

2016-12-22 13:41
22일 해외수주 누적실적 244억달러...작년 대비 47% 감소
단순 도급 시공 패턴 벗어난 종합 디벨로퍼 역할 수행해야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저유가가 장기화 하면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발주 물량이 급감, 올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3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게 확실시 된다. 해외 수주 실적이 3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 누적실적은 총 24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61억달러 실적을 나타냈던 지난해 53% 수준에 머무른 것은 물론, 2006년(165억 달러) 이후 최저치다.

해외 수주 실적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줄곧 100억달러 미만 선에 머물렀지만, 중반들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중동, 아프리카 산유국의 발주 물량 증가로 2007년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010년만 해도 7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최근 수주 기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해외건설 지표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수주 누적건수는 548건으로 작년(697건) 대비 21% 줄었고, 수주 진출국가도 100개국으로 작년(108개국)보다 7% 감소했다. 또 수주 진출업체는 같은 기간 257곳에서 237곳으로 8% 줄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여파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산유국인 중동에 대거 진출해 있어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재정 압박이 더해져 산업설비 부문을 중심으로 직접 발주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건설업체가 올해 중동에서 거둔 누적실적은 93억달러로 작년(165억달러)보다 절반가까이 줄었고, 부문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설비 분야는 113억달러로 작년(264달러)의 43% 수준에 그쳤다.

건설업계가 방어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해외수주에 임한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간 해외수주의 외형적 성장 속에 이에 따른 위험도 함께 높아지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어닝 쇼크에 시달린 바 있다.

업계는 내년 건설사들이 기존 '수주 텃밭'인 중동 일대에서 보다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플랜을 짜고 지역 및 공종 다변화를 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일대에서의 수주 비중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장 강점을 지닌 중동 및 아시아에서 해외사업을 공고히 한 상태에서 차분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건설에 나서는 국내 업체들은 단순 도급에 의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발주처에게 미래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종합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 및 중남미 등 지역 다각화도 수주에 앞서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처럼 건설 정책·문화·역사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현지 인력과 원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다. 반드시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