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 창업열풍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
2016-12-22 11:20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한국인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무엇보다도 근로소득자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 위기 전에는 누구나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면 정년퇴직까지 근무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됐다.
10%에 육박하는 금리 덕분에 열심히 착실하게 저축한다면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평생직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정년퇴직이란 단어는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대체됐다.
저금리도 고착화됐다. 2000년대 후반 또다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위기는 여러가지 인과관계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는 회사에 소속돼 안정적인 임금을 받는 것에 만족했고, 창업은 소수 모험적인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지면서, 근로소득자와 창업가가 가져가는 위험도의 간극이 점차 줄어들었다.
또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도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창업열풍에 불을 지폈다. 2015년에는 벤처투자액이 2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최대치를 갱신했다.
벤처투자보다 더 초기단계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엔젤투자액도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이후 최대치인 13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5년 신설법인의 수는 10만개에 육박했다. 이중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기업의 수도 9만3000여개에 달한다.
전국에 설립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 등에 설치된 창업보육센터(BI)마다 상당한 수의 창업기업들이 입주하거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격적인 자금지원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창업계가 풀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정부 등 공공자금의 비중이 민간자금 대비 높다는 점과 창업투자에 대한 회수시장이 제대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현재의 근로소득을 유지하면서도 창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근로소득자들의 ‘창업욕’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로소득자들은 소액으로 본인이 전문성을 갖고 있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소액으로 본인이 잘 아는 사업을 영위하는, 또는 관심있는 산업에 해당하는 창업기업, 프로젝트에 분산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금융이다.
투자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듯, 창업기업 또는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검토하고 또 부족한 부분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투자한 기업 또는 프로젝트가 수익을 발생시키거나 기업가치가 성장하면 주식투자의 경우 배당과 거래차익을, 채권투자의 경우에는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의 관점으로만 크라우드펀딩을 바라본다면, 크라우드펀딩은 헤지펀드나 외환투자, 또는 복권과 같은 변동성과 위험이 높은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의 중요한 기능인 크라우드소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크라우드소싱은 필요한 것을 대중으로부터 조달한다는 의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전세계 어느 누구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지식을 백과사전에 추가할 수 있다. 이는 또다른 대중들에 의해 검증되고 수정 보완된다.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내용도 부실하고 정확도도 떨어졌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대중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전문가들이 만든 그 어느 백과사전보다 내용의 양과 깊이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키피디아와 마찬가지로 크라우드펀딩 역시 크라우드소싱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이다. 대중이 단순히 돈을 모아주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후원 또한 모아줬을 때 투자받은 기업이 제대로 성장해 그 수익을 다시 대중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스스로 가진 전문성과 경험, 네트워크를 활용해 펀딩기업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창업을 간접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유수 상장기업의 주주총회를 봐도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거부감이 묻어나는 현실에서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창업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크라우드 주주들과 창업가가 합심해 기업을 성공시키는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창업기업에 부족한 것은 자본뿐이 아니다. 대부분 자본은 우수인력 채용에 쓰인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업과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이 될 것이라 믿는다.